이 책은 어떠한 이유로든 하느님이 멀리 있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씌어졌다. 그것은 하느님이 더 이상 자기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는 그리스도교 신자일 수도 있다. 책의 구성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특징을 10가지 주제(사랑·겸손·언어·자비·이방성·참회·신앙·희망·유혹·침묵)로 나누어 각 장마다 주제에 해당하는 철학적 사유들을 전개하며, 신약성경에 나타난 인간 예수의 실존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예수님은 어떻게 말씀을 하셨는지, 그분은 우리가 사랑·겸손·자비라고 부르는 인간적 태도들을 어떻게 실현하셨는지, 그분은 왜 결코 후회를 하신 적이 없으셨는지, 그분은 왜 인간의 양태로 신앙하거나 희망하지 않으셨는지, 그분은 어떻게 침묵하셨는지… 이런 물음들을 통해 예수님은 우리와는 다른 분이셨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다. 우리가 나자렛 예수님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면 우리의 많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 즉 예수님의 삶을 우리의 도식에 따라 해석하는 ‘부정확한 성경 이해’, 상투적인 개념들에 묶여 예수님 존재의 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익숙해진 언어, 자기감정에 빠져서 예수님을 묘사하거나 예수님의 신비를 감상적으로 평준화시켜 해석하는 ‘왜곡된 사랑의 구세주 상’ 등이다. 예수님의 존재가 얼마나 신비롭고,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지를 느낄 때까지 부정확한 것, 습관이 되어 버린 것, 대수롭지 않게 대충 넘겨버린 것들을 전부 버릴 때 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서문 - 사랑 - 겸손 - 언사 - 자비 - 이방성 - 참회 - 신앙 - 희망 - 유혹 - 침묵 주註 옮기고 나서

<평화신문 2006.8.13> 하느님이 멀리 있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을 만나는 길이 열려 있다. 「현존하시는 하느님」은 바로 이런 이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실존적 만남" "현존" 같은 말들은 철학적 표현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 삶은 기본적으로 철학적이라는 바탕 하에 삶의 경험에서 출발해서 신에게 이르는 길을 탐구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특성을 사랑ㆍ겸손ㆍ언어ㆍ자비ㆍ이방성ㆍ참회ㆍ신앙ㆍ희망ㆍ유혹ㆍ침묵이라는 10가지 주제로 나눠 각 장에서 주제에 해당하는 철학적 사유를 펼치면서 신약성경에 나타난 인간 예수의 실존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이 과정은 인간 사유의 개념들이 예수의 실제 모습과 부딪치면 무력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달리 말하자면 나자렛 예수의 참 모습을 보려면 예수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습관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 책은 하느님과 실존적 만남에 이르는 사유를 직접 제공하기보다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실존적으로 만나는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다. 지은이의 표현에 따르면 독자는 그래서 "이 책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은이가 제시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낯선 사람 한 분이 인간의 그 잘난 안전장치를 전부 잃어버린 우리, 왜소하고 편협한 신(神)에 싫증이 나버린 우리와 함께 길을 걷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솔직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순수한 것을 찾아나선 곳이면 어디에서나 주님은 그들과 함께 걸어가고 계십니다."(서문 에서) 이창훈 기자changhl@pbc.co.kr <가톨릭신문 2007.1.28> ‘인간 예수’ 성찰 통해 하느님 체험 우리는 종종 나름대로 열심한 신앙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느님이 내 가까이 있고, 나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 실제로 관계를 맺고 계신 분임을 깨닫지 못한다. 하물며 신앙 생활과 동떨어진 일상 속에 있는 이들에게 하느님은 더 이상 나의 하느님이 아니다. 이 책은 어떤 이유로든 하느님이 멀리 있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현존’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제목이지만 저자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특성을 10가지 주제, 곧 사랑, 겸손, 언어, 자비, 이방성, 참회, 신앙, 희망, 유혹, 침묵 등 우리 삶과 항상 긴밀한 관련성을 지니는 것들로부터 출발한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인간 예수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무슨 말씀을 어떻게 하셨는지, 우리가 사랑, 겸손, 자비라고 부르는 인간적인 태도들을 어떻게 실천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셨는지 등의 물음을 통해 인간 예수의 실존 형태를 성찰함으로써 우리가 그분을 체험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