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조선의 최초 신부님’으로만 알고 있던 김대건 신부님을 바로 알고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과 세트인 『성 김대건 바로 살기』 역시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세례를 받은 지 1년이 조금 넘은 이 시점에서 김대건 신부님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신부님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사제서품을 받은 후 순교를 당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권에 집약되어 있어서 문장 하나하나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1장은 16세기 이후의 조선과 한국 천주교회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있어서 김대건 신부님 이전의 사회상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부터 나열하여 순교에까지 이르게 된 이야기를 서술하지는 않겠다.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요약하는 꼴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김대건 신부님이 새신자인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관하여 쓸 것이다. 예비자 때 꾸준히 성당에 다니다가 세례를 받고 레지오 활동에 부담을 느껴 퇴단한 나에게 김대건 신부님은 어떤 메시지를 안겨주실까.
김대건 신부님은 하느님의 은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뛰어난 외교활동과 언변술, 유려한 작문능력은 분명 하느님께서 주신 은사였다. 신부님은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으로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였고 감옥에 갇혀 고초를 당할 적에도 교리를 가르치고 성사를 집전하는 등 신부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순교를 당하면서도 형리들에게 천주교를 믿으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형리들을 포함해 당시의 조선 기득권들은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폭력적이고 잔인한 힘을 사용했지만.
또, 김대건 신부님은 언제나 하느님과 성모님께 의탁했다. 심지어 풍랑을 만나 죽음 위기에 맞이했을 때도 하느님과 성모님을 부르짖을 정도였다. 어려움이 닥쳐도 늘 기도하기를 우선시했으며, 무리하게 나아가지도 않았다. 순교 직전에도 하느님은 ‘작은 털끝이라도 주님께서 돌보시’며, ‘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나는 예비자 때부터 성당을 꾸준히 다니다가 세례를 받은 후 곧바로 레지오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레지오 활동은 아직 새신자인 나에게 부담이 되었다. 1년이 조금 못 되어 퇴단한 지금은 평일미사에 가는 횟수를 줄였다. 신앙은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해 신부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짧으면서도 굵었다. 그리고 신부님께는 언제나 하느님이 계셨다. 하느님께서 주신 일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 하심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하느님을 증언할 수 있었다. 신부님의 하느님을 향한 변함없는 충성심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나에게 큰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