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욥기'만을 대상으로 쓰인 책으로서,
욥기의 모든 내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욥기도 제대로 한번 읽게 되는 것이다.
각 장별로 상세하게 풀이가 되어있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가톨릭 성경은 비교적 최근에 새로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문장이나 단어 등의 거의 현대어에 가깝지만,
원문 자체가 고어이다 보니 한번 읽어서 머리에 쏙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워낙 함축적인 표현도 많고, 앞뒤 내용들과의 연관성들도 모두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책에서 글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각 장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다만, 무슨 말이 쓰여있는지는 알았으나,
내 머리와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고는 못하겠다.
어려운 건 사실이니까)
욥이 하느님께 자신의 고통에 대한 부당함, 억울함을 항의한 것은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현대 인간들(나를 비롯한)도 같은 마음을 느끼고 하느님을 원망할 때가 있는데,
이런 부분의 표현들이 몇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성경을 읽다 보면 이렇게 느껴지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인간의 삶은 매한가지인가 ㅎㅎ)
나도 나의 상황에 대해 하느님을 원망할 때가 있다.
물론 나는 나의 잘못을 알고 있기에, 욥처럼 억울하다고까지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욥을 몰아세우던 욥의 친구들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
욥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이성에 갇혀, 욥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논리로 욥을 설득하려고 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일관되게 얘기한다.
고통받는 이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우정과 함께함과 기도'라고 말한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 자신에게는 욥의 친구들처럼 접근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진짜 잘못이 없는가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에는 어떠한가?
다른 사람에게도 나는 늘 나의 기준, 잣대로 판단하고 그것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살아갈수록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인생은 사람마다 다르고(그게 가족, 내 자식일지라도)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지 못한다.
다양성은 무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앎과 이해'가 아니라 '받아들임'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머리로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평화로운 삶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이 불의에 대해서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다양성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얘기다)
욥기의 전반과 중반을 읽으면서 '특히 고통받는 사람에게 스승 행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깊이 새겼다.
후반으로 가면 하느님의 말씀, 그리고 이에 대한 욥의 대답이 나온다.
하느님께서는 욥을 질책하시지만, 욥을 악인으로 간주한 친구들이 고한 죄에 대해서가 아니라, 욥의 무지에 대해 질책하신다.
욥이 하느님의 지혜와 저능하심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였음에 대해 질책하신다.
그리고 욥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너무 많이 하였음을 반성한다.
우리는 어려운 순간에 하느님께 자신의 문제들을 마구 쏟아내면서도,
정작 하느님께는 대답하실 시간조차 드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