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길 위에 놓인 따뜻한 밥상
- 이문수 신부의 『청춘이라는 레시피』를 읽고
저자는 김치찌개 끓이는 신부님으로 알려진 이문수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 소속)이다. 질병과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한 고시원 청년의 소식을 접한 후, 신부님은 수도원 담장을 넘어 식당 안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오셨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서’ 사제가 되었다는 이문수 신부. 그동안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 바로 『청춘이라는 레시피』이다.
청년 시기는 누구나 ‘불안’을 안고 지내는 때이지만, 적어도 밥만은 굶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출하지만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 밥은 무한 제공이다.
‘청년밥상문간’은 또 다른 청년들을 위한 사업으로 번져나갔다. 청년들과 함께 산티아고 순롓길을 걷는 ‘청년희망로드’, 세상을 향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영화로 만드는 ‘2030청년영화제’,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를 연결하는 출판 프로젝트 ‘세대공감잇다’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필로그에서 전해지는 신부님의 청년들에 대한 마음은 ‘흔히 정글에 비유하는 세상에 놓인 청년들에게도 주님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도 목 놓아 기도합니다’ 에서 잘 나타나 있다. 신부님이 목 놓아 기도하는 청년들을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 만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밥상에서, 길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1~3장에는 청년문간을 지키는 청년들, 세상과 치열하게 싸우는 청년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년들을 통해서 각자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다.
저자의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이 녹아 있는 부분은 4장이다. ‘청년희망로드’를 통해 청년들과 함께 걸은 산티아고 순롓길에서 만난 청년들이다. 순례는 산티아고에서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 돌아온 일상 곳곳에서 선한 흔적을 남긴다. 산티아고에서의 걸음은 종착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 마음 한편 따스해짐을 느꼈다.
5장에서는 함께 순롓길을 걸었던 청년들의 생생한 체험 후기를 실어 책의 생동감을 더해 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노동이 곧 삶이 되고 기도가 되는 한 사제의 이야기를 넘어 시대적 소명을 온몸으로 살아내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가 차린 김치찌개 밥상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끼니가 아니다. 청춘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이고, 청년이 존중받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 청년들은 자신에게 짊어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며, 다시 걸어갈 희망의 발걸음을 준비한다. 또한 산티아고 순롓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은, 우리 삶도 서로를 지탱하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춘의 눈물과 웃음을 담은 이 책은, 결국 우리 각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가파른 고갯길에 서 있거나 벼랑 끝에 몰릴지라도, 우리가 서로의 빛이 되어 줄 때, 청춘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당당히 나아갈 것이다.
‘길이란 게 꼭 문을 지나야만 열리는 건 아니지. 문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문 주위를 서성이는 것도 다 길 위에 있는 과정이야.
너무 조급해할 것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