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하는 존재는 제각기 유일무이한 길을 걷는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_ <비아토르> 김용해, 생활성서
우리는 모두 순례자다.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아닌 - 그 분을 향한 순례자.
저자의 기록을 따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 있다니. 매일같이 20km넘게 걸음을 대신 걸어주신 덕에, 어쩌면 나는 이리도 편안하게 걷고있다.
몇 장 종이안에 하루를 걸으며 - 내 미약한 체력에 이렇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세상에 나를 창조하시어 내어놓으신 그 사랑을 곰곰히 묵상하게 되는 오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저마다의 기록이 담긴 책들 중 -
신앙에 대한 묵상이 담긴 책이라 매우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순례길로 엮어진 묵상집을 따라 뚜벅뚜벅 걸으며, 저자의 친절한 걸음걸이가 고맙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 딱 정갈한 사제의 걸음. 그 속도가 친절하게 묵상으로 이끌어준다.
읽기 편안한 문장 사이로 맑게 흐르는 저자의 묵상들이 - 기쁨으로 내게 스며드는 체험이 행복하다.
"물과 만물도 모두 순례하는 존재다. … 물은 순리에 따라 흐르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자신을 던져(초월하여) 증기가 되어 하늘로 오른다."
_ <비아토르> 김용해, 생활성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언젠가 꼭 걷고 싶어 마음에 품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주님이 허락하신 어느 때에 - 그 순례길로 초대되길 바라며 하루하루 소중히 읽어갔다.
유일무이한 길을 각자에게 허락하시는 신 앞에 - 존재하는 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어쩌면 .. 기도가 아닐까.
일기로 쓰신 순례 기록이라 - 더욱 친근하고 , 담담히 적혀있는게 아닐까 싶다.
온전하게 자신을 마주하고 걸어가며 적은 기록은 분명 힘이 있다.
"풀꽃과 나무들, 대자연과 어우러진 작은 농가 마을들은 평화로웠고,
서두르지 말고 가라는 듯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과장하지 않고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_ <비아토르> 김용해, 생활성서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일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 - 그 아름다움이 순례길에는 살아있나보다.
내 삶의 길이 방랑길이 아닌, 순례길이 될 때 - 나도 그 풀꽃들 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일 담대함이 건강할테다.
살아가며 생겨나는 여러 페르소나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순례자로 걷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걸어야 겠노라는 다짐을 - 새겨본다.
올해 희년을 맞아 - 희망의 순례자된 우리에게 참으로 선물같은 책이 출간되어 감사하다.
나도 내게 남은 순례를 잘 걸어가야지. 주님이 허락하시는 그 어느 즈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