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읽기는 어렵다. 내용도 많고 글자도 작아서 다 읽었더라도 이미 읽은 내용도 쉽사리 기억해내지 못한다. 성경필사를 시작하다가 도중에 멈추면서 아예 중단하기도 한다. 이건 내 이야기이다. 내가 그러하다. 저자는 이렇게 어려운 성경에서, 그것도 더 어렵고 내용도 많은 구약성경 속 인물들을 등장시켜 세상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성경 속 인물들을 이야기할 때 어렵거나 딱딱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는 타마르의 이야기를 읽고 속으로 분개하기도 하고, 삼손의 이야기를 읽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저자가 풀어내는 성경 이야기는 사실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괜히 성경이 모든 세대를 아우른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다섯 가지의 주제로 나뉜다. 어떤 주제는 이야기가 좀 더 들어있고, 어떤 주제는 몇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치유, 선택, 용기, 연대, 자연 다섯 가지 주제에 담긴 이야기들 모두 주제와 걸맞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구약성경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경은 모르고 읽으면 추상적이어서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알고 읽으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말도 있다.
또, 이 다섯 가지의 주제는 모두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 입은 우리가 치유되어 하느님을 선택하고, 내가 가진 결점을 직면하는 용기를 얻고 약한 자들과 자연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건 없다. 다섯 덕목 모두가 그 자체만으로 중요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구약인물들보다 좀 더 나은 조건에 있지만 그들만큼 하느님을 찾거나 갈망하지 못했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나고 자라 대학원까지 나왔으면 좀 더 나은 조건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주님의 계명을 어기고, 기도도 게을리 하고, 성경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늘 죄를 짓는 탓에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기도 했다. 자살이 죄 짓는 일임을 잘 알면서도.
내게 가장 필요한 분은 하느님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광야를 헤매는 막막한 상황이다. 하느님은 나이 많은 아브라함과 사라 부부에게 태를 열어 주셨고, 동정이신 성모님으로부터 예수님을 잉태하신 분이다.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시고 박해하던 이를 회개하게 하시는 하느님이다. 성경에서 하느님은 각자의 사연과 아픔을 너무 잘 아시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는 분으로 저술되어 있기에, 나는 그분을 믿어야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았고, 또 그만큼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교폭력을 12년 동안, 그러니까 학창시절 내내 겪어왔고 성인이 되어 그 상처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말이다. 폭력을 당하는 순간은 괴로웠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그 상처 안에 머무르는 내 자신이 더 괴로웠다. 이런 내가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제쳐두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부터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