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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검은 사제복을 선택한 이유   #대림 시기 묵상   #가장 친절한 성경 지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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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후기

    내 이름을 부르시는 그분

    작성자

    jose***

    등록일

    2026-10-25 21:39:34

    조회수

    19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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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가 성당 언저리를 한참 맴돈다. 미사가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고개를 떨군다. 손가락에 끼워진 묵주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성물방에서 반지를 사서 신부님께 축복 받았던 날을 떠올리며 여자는 힘없이 웃는다. 그러다 어느새 문 앞에 서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텅 빈 회중석 위로 일렁이는 붉고 푸른 빛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하느님을 원망하며 신앙을 저버렸던 지난 세월이 뇌리를 스친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고 손대는 일마다 모래성처럼 무너지던 날들. 세상 어디에도 여자의 자리는 없었다. 성당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떠났다.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 안에서 신앙은 점차 퇴색해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시 성당에 나가긴 했지만 마음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성경을 읽고 필사를 하며 기도를 했다.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마음이 아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틈새 너머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희미한 온기를 머금은 빛을 따라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초록과 빨강, 성탄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색깔의 표지가 인상적인, 이란 책이다. 평소 좋아했던 한재호 신부님의 글인데다 얼마 남지 않은 대림 시기를 위한 묵상집이라 더욱 마음이 갔다. 무엇보다 대림 첫 주의 묵상에서 마주친 익숙한 이름이 반가웠다. 회개한 죄인의 상징으로 알려진 나의 수호성인, 마리아 막달레나. 부활의 첫 증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그녀였지만 이 책에서 만난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뭇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둘도 아니고 일곱 마귀에 시달리던 한 여인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그의 절규는 얼마나 컸을까요. (중략) 하지만 주님께서는 마귀들에게 사로잡힌 한 영혼의 아우성 너머에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한 영혼의 갈망을 헤아리셨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소리만 들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소리가 품고 있던 아픔을 들으신 것입니다. (p.34)

    20대 시절, 매일 백화점에 들러 비싼 옷과 구두, 화장품을 사들이는 나를 보고 가까운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넌 지금 귀신에 홀려 있거나 정신적으로 많이 아프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

    그저 비아냥이라 여겼던 그 말이 새삼 정곡을 찌르는 이유는 뭘까.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 분수에 맞지도 않는 소비를 하고, 결이 맞지도 않는 친구들을 사귀며 외로움을 잊으려 했던 나날들. 지인의 말대로 그때의 나는 정말 귀신에 홀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곱 마귀에게 사로잡혔던 막달레나처럼.

    사람들은 어쩌면 그의 이름보다 '일곱 마귀에 시달리던 여자'라는 고통의 흔적으로 그를 먼저 기억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를 언제나 '마리아'라는 고유한 이름으로 바라보셨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자신을 고통의 이력으로 규정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 받아 주셨던 사랑의 기억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p.35)

    지인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 시절 나는 많이 아팠고, 결핍을 채우려 수시로 타인에게 사랑과 인정을 갈구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멀어졌고, 어느새 나는 홀로 남겨져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아픈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아픈 사람'으로 불리지 않았다. 수녀님과 신자들은 늘 다정하게 "막달레나, 잘 지냈어요?" 하고 말을 건네왔다. 처음엔 반가웠다. 그저 순수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 그러나 선뜻 마음을 열지는 못했다.이 따뜻한 순간 역시 찰나에 불과할 거란 체념이 습관처럼 고개를 들었다. 그들이 인사를 건넬 때마다, 그 이름을 외면한 채 흘려보낸 십 년에 대한 회한도 함께 밀려왔다. 그래서 늘 어색한 미소만 남긴 채 서둘러 돌아섰다. 그들이 건넨 짧은 인사가 나를 부르는 그분의 음성이라는 것도 모른 채.

    부활 아침, 무덤가에서 울던 마리아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 "마리아야" 하고 부르시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분을 알아보았다. 사람들이 '일곱 마귀에 시달리던 여자'로 기억하던 그녀를, 예수님은 그 고통 너머의 갈망과 결핍까지 끌어안으셨다. 영혼 깊이 새겨진 낙인마저 단박에 지워버릴만큼 강렬한 사랑. 그 사랑에 막달레나는 기꺼이 응답한다.

    대림을 앞둔 지금, 미사가 끝난 성당은 고요하다. 오래전 문 앞에서 서성이던 여자는 이제 회중석에 앉아 있다. 깨진 유리 조각들을 지나온 빛이 손등을 물들인다. 가을 단풍처럼 고운 빛깔 속에서 묵주 반지가 반짝거린다. 익숙한 인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진다.

    막달레나, 잘 지냈어요?

    이번에는 서둘러 돌아서지 않는다. 예전과 다른 평온한 미소를 띤 채 여자는 천천히 돌아선다. 부르심에 응답했던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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