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은 늘 많고, 마음 쓸 일도 하나둘 생기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감사해야 할 일도 많지만, 때로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쓰이고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서운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차분히 기도하는 시간은 뒤로 미루곤 합니다.
그런 저에게 『땅에는 평화 하늘에는 영광』이라는 책이 다가왔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며 읽는 대림 시기 묵상’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표지에는 어둠 속에서 촛불 몇 개가 따뜻한 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입니다. 그 촛불처럼 제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고,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내 생각을 먼저 앞세우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 걸, 조금 더 참아 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평화라는 말이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먼저 내 마음에 평화가 있는지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먼저 이해하고, 서운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땅에는 평화 하늘에는 영광.’ 짧은 문장이지만 오래 마음에 머뭅니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은 특별한 일을 많이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마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작은 행동에도 사랑은 담겨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도한 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청하면서 내가 먼저 사랑하지 못하고, 평화를 바라면서 내 마음속 미움을 놓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늘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모습에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믿음이 작은 위로가 됩니다.
『땅에는 평화 하늘에는 영광』이라는 제목을 마음에 담으며,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마음에 품고, 그 평화를 가족과 이웃에게 전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