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지도 (성경·역사·지리·고고학)
저자: 마르코 자펠라 외 4인/ 옮긴이: 이한석
출판: 생활성서사
발행: 2026.09.08.
생활성서사(책 제공)서평 활동/ 제30번째 책 이야기
땅과 역사, 그리고 영성의 숨결을 따라 걷는 순례
성경을 읽다 보면 막막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낯선 지명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동 경로, 그리고 역사적 배경 속에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구절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성경 지도: 성경·역사·지리·고고학(생활성서사)’은 바로 그러한 순례자의 막막함에 명쾌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책입니다.
단순히 장소를 가리키는 평면적인 지도를 넘어, 성경의 땅이 품은 역사와 고고학적 흔적,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던 이들의 영성까지 입체적으로 복원해 낸 이 책은 참고서를 넘어 깊은 묵상의 동반자가 되어 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성경을 공간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아주 균형 있게 직조해 낸다는 점입니다. 책은 신·구약 전체를 아우르는 2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성경, 역사, 지리, 고고학이라는 유기적인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자연 지리와 구원 지리라는 ‘공간’의 무대 위에 세계사와 구원사라는 ‘시간’의 흐름을 겹쳐 놓으니,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성경 속 사건들이 생생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걸었던 그 모진 바람 소리나,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갈릴래아 호수가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특히 페이지마다 아낌없이 수록된 최신 성지 사진과 고고학 유물, 유적의 고품질 이미지들은 이 책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지은이들은 최신 성서학과 고고학의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그것을 건조한 학술적 지식으로만 남겨두지 않습니다. 고대 문헌 자료와 성경 본문을 절묘하게 엮어내어 학문적 신뢰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성지의 각 장소가 지닌 신앙적 의미와 구세사적 가치를 차분하게 짚어줍니다. 유물의 단단한 질감과 세밀하게 그려진 상세 지도를 번갈아 보고 있노라면, 지식의 습득을 넘어 영적 독서와 깊은 기도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끌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장을 덮으며, 성경이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구체적인 ‘땅’ 위에서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 헤쳐 나간 역사의 산물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듯, 그들도 구체적인 모래바람과 돌밭 위에서 울고 웃으며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성경 지도’는 성경의 무대가 된 땅의 속살을 만지게 함으로써, 우리가 성경이라는 거대한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그 본질인 ‘사랑과 구원의 약속’을 향해 곧게 걸어갈 수 있도록 든든히 손을 잡아줍니다. 성경을 더 깊이 깊이 있게 묵상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책상 위가 아니라 기도 탁자 위에 두고 오래토록 펼쳐보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