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칼바람이 부는 박해의 시대에 오직 천주(天主)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조선의 산천을 걸었던 사제가 있습니다. ‘땀의 순교자’라 불리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입니다. 류한영 신부가 저술하고 생활성서사에서 펴낸 ‘양들이 있어 나는 걸었네’는 화려한 순교의 피 대신, 평생 동안 먼지 날리는 길 위에서 온몸으로 땀을 흘리며 양들을 찾아 헤맸던 한 목자의 지치지 않는 사랑과 신앙을 깊이 있게 조명한 책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피로써 신앙을 증거하며 한국 교회의 ‘순교의 반석’을 놓았다면, 최양업 신부는 그 반석 위에 지치지 않는 사목 활동이라는 ‘선한 업적’으로 한국 교회의 기틀을 다진 인물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최양업 신부의 삶과 신앙을 한결 쉽고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도록 친절하고도 묵직한 어조로 안내합니다.
사제에게 ‘양들’이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존재이자, 험난한 도보 여정을 지속하게 한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저자인 류한영 신부는 최양업 신부가 남긴 서한들과 역사적 궤적을 꼼꼼히 짚어내며, 그가 흘린 땀방울이 단순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땀으로 쓴 복음’이었음을 증명합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영적인 빈곤과 방향 상실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최양업 신부가 걸었던 그 고독하고도 뜨거웠던 길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들죠.
‘양들이 있어 나는 걸었네’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위인전이 아닙니다.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업적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도표와 삽화, 지도 등을 적절히 사용해 최양업 신부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계도와 연표는 물론, 근래의 연구 성과들이 반영된 유학로의 여러 가설을 표시한 지도, 최양업 신부의 입국로 탐색, 최양업 신부와 연관된 교우촌 분포를 표시한 지도 등은 관련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걷기조차 버거운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우리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신앙의 지침서입니다. 우리 역시 내가 돌보아야 할 ‘양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나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땀방울로 일구어낸 그 숭고한 복음의 길을 함께 걷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