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컬러링 북』은 기도에 머무르게 하는 책이다.
십자가의 길은 신앙인에게 익숙한 기도이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여정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때로 마음을 무겁게 하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그 의미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 거리감을 ‘색칠’이라는 행위를 통해 부드럽게 좁혀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수님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선과 조각, 빛의 흐름으로 장면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독자는 정해진 이미지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의 길을 직접 완성해 가는 사람이 된다. 한 칸 한 칸 색을 채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은 기도하는 손이 되고, 눈은 오래 머무는 눈이 된다.
또한 14처 각각이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 한 처씩 혹은 한 주에 몇 처씩 나누어 묵상하기에도 적절하다. 색을 고르고, 선을 따라가며, “왜 이 길을 가셨을까?”를 마음속으로 묻는 시간은 어느새 조용한 기도가 된다.
이 책은 혼자 묵상하기에도 좋고 본당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신앙의 깊이에 상관없이 각자의 속도로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순 시기, 무거운 설명 대신 색으로, 침묵으로, 천천히 걷고 싶은 이들에게 이 컬러링 북을 권하고 싶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태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