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법대생에게 찾아온 공허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 회한의 용암.
결국 그는 살아 계신 하느님께 향하는 순례의 길을 걷게 된다.
김용해 요셉 신부님 이야기다.

철학자이기도 하신 예수회 소속의 김용해 신부님의 산티아고 순례기 <비아토르>를 읽었다. 추천사를 써주신 송 신부님의 말씀처럼 단순한 여행담이 아니라 ‘자신과 자연과 다른 인간에 대한 철학자의 깊은 성찰이 담긴 글’이었다.
마침 가깝게 지내던 형제님이 칠순 자축 의미로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계신 중이라 그분이 보내주시는 순례길 사진을 보면서 신부님의 책을 읽으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동행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차례 뒤페이지에 나와 있는 신부님이 걸어간 프랑스 길 지도도 마음을 설레게 했다. 성지 순례를 몇 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2년 뒤 은퇴 후 첫 목적지를 알려 주는 듯했다.
특히 그라논의 성 요한 알베르게에서의 신부님의 체험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산티아고 순롓길을 걷게 된다면 꼭 체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4월 10일 불안한 출발’로 시작된 글은 ‘5월 14일 산티아고 시내 관광과 순례 여정의 끝’으로 마무리되었는데 그날 그날의 에피소드와 묵상이 일기처럼 편안하게 읽혔다.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의 연속인 지상의 순례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신부님의 책을 추천한다.

산티아고 순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향하는 여정이지만 실은 내 안으로의 순례였다. 내 안으로의 여정은 동시에 내 밖으로 나가는 여정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지만 나의 근원인 하느님께 향하는 여정이었다. (168쪽)

순례 여정 자체가 자기와의 싸움이다. 각종 통증, 고통,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이 있고, 이를 해결해 가는 실천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기억 속에서 나를 소환하고 대면하며 숙고하며, 나의 기원인 하느님께 호소하는 여정이기에도 그러하다. (172쪽)

밑줄 그은 몇 구절을 더 옮겨본다.

“왜 산티아고를 가느냐는 질문은 왜 사느냐는 질문과 동일하다.”였다. 나에게 종교는 본래의 자리, 자기의 고유한 자신, 자기가 가야 할 궁극, 하느님께 가는 길을 걷는 것이고,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고유한 하나의 길이라면 이것이 곧 영성이다. 영성은 길이고 방식이며 그 과정을 안내하는 내적 체험이다. (62쪽)

순례길은 인생처럼 약간의 의무감이 주어지는 길이다....고통스럽지만 지나치게 고통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편안한 듯이 보이는 이들도 그 나름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부분을 안고 가는 것이다.... 산티아고의 길은 모든 이에게 고통을 부여하지만 신앙과 자기 신뢰로 길을 재촉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 될 것이다. (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