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섭리, 그분의 이끄심에 전적으로 내맡긴 목자, 브뤼기에르 주교.
이 책을 받고 맨 먼저 제목 자체에서 던져주는 그 느낌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히 머물 것처럼 곧 떠날 것처럼'
어떤 삶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내외적 힘이 전해집니다. 영혼 구원에 대한 뜨거움의 열기와 하느님 섭리의 온통 내어 맡기는 사도적 열정이 목자의 입을 통해 고백 되고 있습니다.
그 고백의 확신은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와 그 열정의 도가니로 함께 걸어가자고 손을 내미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읽었던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알기와 살기를 통해 만나고 새겼던 가르침들에 이어 그분의 전기를 만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구요비 주교님은 발간사를 통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 현양 위원회에서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을 제안하여 기존의 브뤼기에르 주교 관련 도서에서는 볼 수 없던 가족에게 보낸 편지글과 험난한 여정의 정한 情恨이 담긴 기록들임을 알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이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생애와 신앙을 기억하는 이정표가 되길 바라며 그의 시복 -시성 과정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책 장을 넘기고 난 지금, 주교님이 걸으신 이 지상에서 조선의 교우들을 향해 달려가면서 겪으신 고통과 노고와 사랑 앞에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먹먹함과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분이 꼭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오직 하느님 섭리에 의탁하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대전에 오르기까지 받치신 십자가가 우리 한국 교회를 비추고 계셨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간략하게 메모한 부분들을 나눠봅니다.
주교님의 출생에서부터 선교사가 되는 1부에서 조선에 대한 들음과 갈망의 씨가 이미 뿌려졌습니다.
40-45쪽를 통해
선교사로 부르심에 응답한 후 부모님께 직접 말씀 드리지 못하고 떠난 후에 장문의 편지로 알리게되는데 이는 그 시대에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박해와 죽음이 기다리는 제2의 조국을 향해 떠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54쪽
'본의 아니게 부모님께 끼친 아픔을 달래고 위로해 드리고자 브뤼기에르 신부는 자주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했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이 슬픈 이별이 편지로 이어져 기록으로 남겨졌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얼마나 큰 보화를 가져오게 했는지 이 또한 하느님의 섭리인 것 같습니다.
96쪽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여행이 떠오를 정도로 험난한 항로를 통해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넘겼고 방콕을 향하여, 육로를 통한 선교여행은 그 시대의 선교지의 상황이 아주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암 교구에서의 활동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SNS가 발달한 이 시대는 시공간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정보와 소통이 가능하지만, 그 이전 시대에는 인편, 편지, 일지의 기록 등을 통해 복음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알게 되듯이 기록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앞에
하느님의 원하시는 뜻을 찾아
그 부르심에 온전히 응답하신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확신과 강한 사랑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믿음의 자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시간 속에
사랑하기에 사랑 때문에 하느님이신 그분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신
그 엄청난 강생의 신비 앞에서
주교님의 고백
'영원히 머물 것처럼 곧 떠날 것처럼'은
나에게, 우리에게, 공동체에, 세상에, 주님의 크신 사랑 앞에, 현존 앞에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 삶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