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메마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희망으로 촉촉이 보듬어 주는 책이 나왔다. <기도 바구니>를 통해 많은 독자들을 기도와 묵상의 길로 이끌어 온 윤해영 수녀가 쓴 단상 모음집 <희망의 속삭임>이 그것이다.
저자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 낸 짧지만 소박한 글이 지친 우리의 마음을 맑고 투명하게 닦아 준다. 자연, 사람, 그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 행복의 열쇠며 하느님 축복임을 친근한 언어로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각각 서른 개의 단상을 담아내고 있다.
잔디보다 먼저 나온 잡초들에게서 연민을 느끼고,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계절이 주는 은혜를 깨닫고, 잔디에 맺힌 이슬을 보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장대비가 내린 뒤 더 쌩쌩해진 느티나뭇잎을 보고 희망을 품고, 매미 울음소리에 기운을 차리고, 달팽이에게서 온유함을 찾아내며, 어렸을 때 눈사람이 주었던 감동을 그리워하는 등.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서 발견하는 저자만의 풍부한 감수성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넓고 푸른 바다를 만난 듯 우리 마음이 열리고 자기 자신과 이웃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을 갖게 된다.
창문을 닦으며 자신의 마음 상태를 비추어 보고, 심장과 자신의 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고추밭을 손질하며 마음 손질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등 작고 사소한 일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아흔이 되신 수녀님과의 진솔한 대화에서 삶의 이치와 지혜를 깨닫고, 지는 연습을 통해 진정한 승자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신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스승임을 일깨워 주는 등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여러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사랑과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어 준다.
끝으로 내몰린 듯 암담한 나날, 축 처진 어깨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조심스레 속삭인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신다는 것과, 주님이 계시는 한 우리의 삶은 늘 찬란한 봄이라는 사실을. 또한 침향처럼 우리에게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하며, 추울 때 입김이 가장 뜨거운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고통을 통해 우리가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해 주신다는 사실을 경쾌하고 친숙한 언어로 들려준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느님이 주신 축복의 선물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희망을 품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곱씹을수록 삶의 깊이와 지혜가 짙게 배어나는 보물과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잃었던 삶의 표정이 되살아나고 기쁨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청아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희망을 전한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안개를 헤치는 바람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