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로마 콜로세움에서 개최된 “20세기에 신앙을 증거한 이들에 의한 교회 일치 기념행사”를 주례하셨습니다. 이 행사 중에 낭독된 증언 가운데 하나는 알제리에서 우리 수도회 형제들과 함께 살해된 크리스티앙 신부의 유언서였습니다.
이 책은 알제리 교회와 알제리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곳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바친 한 트라피스트 엄률 시토회 공동체의 사건과 증언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순교의 증언이 믿는 이들의 공동체를 향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와 동시에 인간의 증언이 모든 사람에게 다음의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인간은 죽음을 이길 수 있음을, 그리고 인간은 타인에게 우리를 창조하신 분께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음을.
1996년 3월 26일 밤, 티비리네 수도원에는 9명의 수도승들이 있었는데 그 중 7명이 납치되었다. 공포감이 팽배했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함께 알제리아에 머물기를 선택한 이들 수도자들은 1993년 성탄 밤에 무장집단의 방문을 받았고 그들은 수도자들을 협박하고 돌아갔다. 그곳에 함께 머물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그들의 결단은 폭력의 위험에 처한 가난한 이웃들과 연대하고, 교회의 작은 공동체로서 하느님과 알제리 교회를 위해 자신들을 봉헌하고자 하는 행위였다.
일곱 명의 수도자들은 1996년 5월 21일에 참수되었다.
크리스티앙과 형제들은 이슬람 형제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평화의 끈 모임을 통해 종교간 대화를 기도와 침묵, 영적 나눔을 통해 이어갔다. 오늘날 이루어지는 다양한 종교간 대화에서 동 크리스티앙의 유언서가 연구되는 것은 교회가 걸어야 할 새로운 선교 지평이 얼마나 바뀌었고 넓어졌는지를 충격적으로 증언한다.
프랑스와 알제리 이슬람 무장집단의 정치적 갈등과 폭력 한가운데서 트라피스트 일곱 수도승들은 관상적 현존을 드러내고자 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신과 인간” 영화는 바로 이 수도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영화와 책을 병행해서 보면서 묵상하면, 현재 미국의 정치 판도가 마치 종교전인 양 교묘하게 사람들을 끌고 가려는 술책을 냉철하게 비판하며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참다운 멘토가 될 수 있는 책이다.
크리스토프 신부는 “그토록 멀고 그토록 가까운 내 안의 그곳”(그의 일기)으로 들어가며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인 친교의 죽음을 향해 두려움을 넘어서는 과정들을 시와 일기로 남겨 많은 서적이 출간되었고, 동 크리스티앙에 관한 연구는 레오 14세 교황에 의해서도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레오 교황님 도 이슬람에 의한 암살 위험에서 이들처럼 비무장 상태로 지낼 것을 선택하심으로써 익명으로 죽어갈 수 있는 상황을 체험하셨으므로, 이들의 고귀한 죽음이 교회 안에 종교간 대화의 생명을 약동하게 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당부하시며 크리스티앙의 유언서를 바탕으로 한 강론을 하시기도 했다.
[책속에서]
아-듀가 시작될 때 Quand un A-DIEU s'envisage...A-DIEU: Adieu는 '안녕', A-Dieu는 '하느님께로'를 뜻한다. 이 특별한 이음표(-)를 사용한 서술 방법으로 '하느님께로 떠나는 이별'을 의미하고 있다.
오늘이 될 수도 있는 내 희생의 날 알제리에 살고 있는 모든 외국인을 향한 테러리즘의 희생이 되는 그날 나의 생명은 하느님과 이 나라에 바쳐졌음을 모든 생명의 유일한 주인께서 이 폭력적 출발을 외면하지 않으셨음을 나의 공동체, 나의 교회, 나의 가족이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내가 어찌 감히 이런 봉헌에 합당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이 죽음, 동일한 다른 폭력적 죽음들 이름 없이 잊혀진 수많은 폭력적 죽음에 내 죽음 역시 함께하고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내 생명이 다른 이들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덜한 것도 아니지요.
어느 경우든 내 삶은 어린 시절의 무죄함을 지니고 있지는 못합니다. 세상을 지배하며 맹목적으로 나를 공격하는 그 악에 내가 동조하고 있음을 깨달을 만큼은 살아왔습니다. 그때가 오면 하느님의 용서와 나의 형제들의 용서에 연대하며 나를 죽일 그 사람을 온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는 영적 명료함의 한 순간을 갖고 싶습니다.
어쩌면 나는 이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해 보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 민족이 나의 죽음으로 무차별적인 비난을 당한다면 어찌 내가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순교의 은총'이라 불리게 될 이 일의 책임을 어느 알제리 사람에게 묻는 것은, 그가 누구이든,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가 이슬람교도로서의 충실성으로 행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알제리인 모두를 향한 경멸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상주의가 조장하는 이슬람에 대한 풍자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극단적 근본주의로 점철된 종교적 현상과 그것을 동일시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것입니다.
나에게 알제리와 이슬람은 남다른 무엇, 몸과 영혼이라고나 할까요.
이미 나의 첫 교회였던 어머니의 무릎에서 알제리의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존경심 안에서 배우고 익힌 복음의 인도 아래 나는 이것을 분명히 거듭거듭 선언해왔습니다.
순진하고 이상적이라고 성급히 분류하는 사람들에게 내 죽음은 그들이 옳았다는 증거로 비칠 것입니다: "그분이 생각하시는 바가 뭔지 그분이 이제 말씀해보시라지!"
하지만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
마침내 가장 괴롭던 내 의문이 풀리리라는 것을.
하느님이 원하신다면, 이제야말로 내 눈길은 하느님 아버지의 눈길 속으로 깊이 잠기게 될 것입니다.
이는 수난의 열매인 그리스도의 영광으로 빛을 발하고, 성령의 선물로 가득 차 있는 이슬람의 당신 자녀들을 그들이 바라보듯, 아버지와 함께 바라보기 위함입니다. 이로 인한 신비로운 기쁨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다름을 즐기며 닮음을 회복해갈 것입니다. 이 기쁨을 위해 온전히 나의 것이자, 온전히 그들의 것인 희생된 나의 생명을 하느님이 전적으로 원하셨으며, 그것에 대해 나는 감사드립니다. 내 생애의 모든 것을 드러내주는 이 감사 안에 나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그들의 가족들, 어제와 오늘의 벗들, 이 땅의 벗들, 약속된 백배의 보상으로 내게 주신 이 모든 이들을 담으렵니다.
마지막 순간의 벗인 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너. 아 그래, 너를 위해서도 나는 이 감사를 원하고, 너의 얼굴 안에서 시작된en-visagé en-visagé: 'en'과 'visagé' 사이에 이음표(-)를 넣음으로써 제목 'A-Dieu s'envisagé (아-듀가 시작될 때)'를 한번 더 강조함과 동시에 'en (안에서)' + 'visage (얼굴)' 라는 특별한 서술 방법으로 "자신의 살인자인 마지막 순간의 벗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본다."는 이중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하느님께로 떠나는 이별A-Dieu'을 원한다. 우리가 복된 도둑으로 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우리 둘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면. 아멘! 인샬라!
알제 1993년 12월 1일 티비린 1994년 1월 1일
동 크리스티앙의 유언서(12-15페이지)는 형제들이 살해된 후 그의 어머니가 트라피스트회 총장에게 이것을 보냄으로써 세상에 공개되었다.
1) A-DIEU: Adieu는 '안녕', A-Dieu는 '하느님께로'를 뜻한다. 이 특별한 이음표(-)를 사용한 서술 방법으로 '하느님께로 떠나는 이별'을 의미하고 있다.
2) en-visagé: 'en'과 'visagé' 사이에 이음표(-)를 넣음으로써 제목 'A-Dieu s'envisagé (아-듀가 시작될 때)'를 한번 더 강조함과 동시에 'en (안에서)' + 'visage (얼굴)' 라는 특별한 서술 방법으로 "자신의 살인자인 마지막 순간의 벗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본다."는 이중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폴 수사 |
항상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갈 준비를 갖추고 있자.
주님은 도둑처럼 오시리니, 저기 이 도둑이 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 크리스토프 수사 |
이곳에서 불가능을 이루시기 위해 당신께 필요한 것은 '예' 밖에 없으므로, 부디 저를 쓰십시오.
| 셀레스탱 수사 |
오 예수님,
제 안에서 당신의 죽음이 재생되고 완성되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어디로 이끌어갈지를 압니다.
| 브뤼노 수사 |
우리 삶의 신분은 …… 단순하다.
땅에 묻힌 씨앗처럼 숨겨져서, 제 때가 되면 싹틀 것이다.
| 미셸 수사 |
제가 열린 마음의 눈을 간직할 수 있도록,
그리고 거기에서 진실로 당신의 현존을 알아볼 수 있도록 기도 드립니다.
| 크리스티아 수사 |
수도승이 자기자신이 표징임을 알게 되는 것은 자기 삶의 무의미 안에서이다.
| 뤽 수사 |
우리는 그분의 피를 마셨다.
그분을 위해 우리의 피를 흘릴 때 최후 만찬의 신비는 우리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진다.

한국 독자들에게
독일어판 서문
머리말 대신 : 동 크리스티앙의 유언서
"나의 생명은 하느님과 이 땅에 바쳐졌다."
'성인들'과 수도승들의 땅
프롤로그
북아프리카 시토 수도회의 역사
아틀라스 수도원의 사명
첫째 회람 | 사건의 초기 사항들 : 신앙의 빛 안에서 사건 읽기
둘째 회람 | 알제리 여행 기록 : 1996년 5월 30일 ~ 6월 6일
셋째 회람 | 희망의 빛나는 증거 : 그들과 우리의 이야기
넷째 회람 | 그들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게 하자
정복당할 수 없는 희망
에필로그
인물 스케치
역자 후기
참고문헌

글쓴이 베르나르도 올리베라
트라피스트 수도회 총장 신부(O.C.S.O = 엄률 시토 수도회)는 1943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살레시오회에서 경영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 아술 트라피스트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까지 수의학을 전공하였다. 1966년에 그는 아술 수도원의 모원인 스펜서 수도원(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1969년 아술 수도원에서 성대서원을 발한 후 신학 공부를 계속하여 1971년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1974년에서 1984년까지 수련장직을 맡았으며, 로마의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영성을 전공하였다. 1984년 아술 공동체는 그를 아빠스로 선출하였다. 6년 후, 시토 수도회의 남녀 대원장들은 그를 총장으로 선출하였다.
그는 시토회의 남녀 수도승들이 성 베네딕토의 수도규칙에 따른 은세 공동 정주 수도승 생활의 사랑의 학교 안에서 시토의 관상적 전통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 토대를 굳건히 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았다. 또한 시토회 카리스마의 새로운 표현 방법을 찾아내도록 촉구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있는 젊은 공동체의 토착화를 격려했다. 그는 관상 수도자들을특별히 종교 간 대화를 촉진시킬 소명을 받은 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뿐만 아니라 ― 이것도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 기도와 매일의 평범한 삶을 통해서.
옮긴이 장연옥 젬마 수녀
1967년-1984년 독일에서 체류
아오스딩회 수도자로 간호학 전공. 노이스 루카 시립병원에서 근무.
1984년부터 7년간, 일본 하코다테 천사원 여자 트라피스트 수도회원.
현재 수정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수도승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