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닫기
거짓 자아의 소음 너머
하느님 앞에 다시 서는 길
현대 가톨릭 영성 안에서 관상 기도를 새롭게 정립한 토마스 키팅 신부의 대표작 《침묵의 대화》가 초판 출간 이후 28년 만에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이 책을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소개하고,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독자들이 영적 여정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 갈 수 있도록 책의 디자인과 구성을 함께 손봤다.

관상 기도의 전통을 현대의 심리학적 통찰로 다시 풀어낸 이 책은, 토마스 키팅 신부가 제시하는 관상 여정과 그의 영성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상적 배경을 다룬다. 그에 따르면, 관상 기도란 우리의 삶을 지탱해 온 오랜 욕구와 통제 구조를 하느님 앞에서 서서히 내려놓는 과정이다. 

이 조용한 기도의 시간은 무언가를 이루거나 하느님 앞에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님 안에 머물며 자유와 신뢰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배워 가는 여정이 된다. 물론 이 여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관상 기도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 때 우리는 내면의 치유와 변형을 거쳐 하느님 앞에 온전히 나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거짓 자아의 잡음이 너무 크면, 신적 생명의 완전한 전달이 이루어질 수 없고 우리가 그것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도 없다.” ― 본문 중에서

[책속에서]
영적 여정 동안 가족, 직장, 공동체 안에서 견디기 힘든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서 가장 나쁜 것을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다. 어떤 노력을 해도 관계를 개선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형제 수사에게 가졌던 질투심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나에게 반추시켜 주시려고 그를 이용하셨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 30쪽, 2장 ‘거짓 자아의 활동’ 중에서

인간 성장의 모든 움직임은 우리가 처하는 육체적, 정서적, 영적 발달 수준에 상응하는 위기를 촉진한다. 성장의 중요한 위기마다, 그때까지 우리를 길러 준 물질적 혹은 영적 음식을 놓아 버리고 더욱 성숙한 관계로 나아갈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위기에서 우리는 안전감을 찾으려고 한다. 좌절당했을 때 가장 저항이 적은 노선을 택하거나, 자신을 감쌀 가장 편안한 안전 담요를 선택하는 것이 파충류 의식과 반인반수 의식의 특징이다. 더 낮은 차원의 의식과 행동으로 되돌아가려는 유혹이, 개인적 책임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역량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인간 성장이란 특정 의식 차원을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낮은 차원의 의식을 더 높은 차원의 의식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 50쪽, 4장 ‘인간 조건’ 중에서

그의 마음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재산에 대한 기억이었다. 해 질 녘 반짝이며 흘러가는 나일강 물과 비옥한 땅이 보였다. 모든 것이 너무도 평화로웠다. 멀리서 현악기의 부드러운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안토니오는 히아신스와 등나무 꽃의 달콤한 향기도 맡을 수 있었다. 시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청각 모두가 그의 상상과 기억 속에서 결합하여 아름다웠던 대지에 대한 엄청난 향수, 특히 그 옛날 아름다운 여름날 저녁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귀에 대고 어떤 소리 하나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안토니오야, 그토록 멋진 대지를 어떻게 떠날 수 있었느냐? 그 땅은 그대로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당장 떠나기만 하면 쉽게 되찾을 수 있다.”
악마라는 존재는 훌륭한 무대 감독이나 영화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실 B. 드밀 같은 사람도 악마에 비하면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악마는 감각을 뒤흔들고 적절한 영상을 고른 다음, 가장 달콤한 기억과 가장 자극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최고의 인상을 창출한다. 악마의 목적은 영적 여정을 지속하려는 결심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 98~99쪽, 10장 ‘영적 여정의 본보기, 안토니오 성인’ 중에서


머리말


1장 정서적 행복 프로그램

2장 거짓 자아의 활동

3장 고통스러운 감정

4장 인간 조건

5장 신화적 회원 의식

6장 하느님을 대하는 태도

7장 정신적 자아의식

8장 네 가지 동의

9장 버니

10장 영적 여정의 본보기, 안토니오 성인

11장 감각의 밤, 거짓 자아에서 해방되기

12장 감각의 밤에 겪는 특별한 시험

13장 무덤 속 안토니오(문화 조건에서의 해방)

14장 감각의 밤이 맺는 열매

15장 관상 기도의 단계들

16장 영의 밤

17장 변화의 일치

18장 참행복

19장 또 다른 참행복

20장 향심기도의 핵심

21장 순수한 믿음

22장 관상에서 활동으로

23장 활동 안에서의 관상

24장 일상생활 속의 영성


맺음말

감사의 글

부록

용어 해설



글쓴이 토마스 키팅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회 사제로, 1961년에서 1981년까지 스펜서에 있는 요셉 수도원에서 수도원장으로 활동했다. 1975년 향심기도 운동을 시작했고, 1984년 관상지원단을 창설했다. 2018년 선종했다.

저서로 《열매와 은사》,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내 안에 숨어 계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신비》, 《하느님과의 친밀》, 《신앙의 위기, 사랑의 위기》 등이 있다.

 

옮긴이 이청준

1991년 7월 천주교 마산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사파동 본당 주임 겸 창원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역서로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좋은 몫》, 《마음으로 가는 여행 ― 어린이를 위한 향심기도》, 《환영의 기도 ― 관상 생활 프로그램 40일 수련》, 《중독과 신적 치유 ― 향심기도와 12단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