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물과 식물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을 풀어내다
들판의 핀 꽃,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며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를 느낄까? 우리 주변의 동식물들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피조물 하나하나에도 하느님의 창조 질서가 깃들어 있다.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들을 통해 하느님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허영엽 신부는 그런 삶의 기쁨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도록 《성경 속 동물과 식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책은 구약과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들을 소개하며, ‘성경 읽기’의 재미를 더해 준다. 성경에서 나타나는 비유와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어린 양, 사자, 비둘기뿐만 아니라 모기, 용, 낙타 등 이 책 한 권에 등장하는 동식물만 해도 78종이나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성경에 이런 것도 나왔던가?’하며 놀라게 될 것이다. 허영엽 신부는 각 동식물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상황을 설명하고, 이어서 성경에서 어떤 의미로 등장하는지도 재미있게 풀어 준다. 독자들은 성경 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살펴보고, 성경에 나오는 동식물에 담긴 의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은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신자와 더불어 자연 속에서 영적인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 자녀에게 성경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 가톨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권할 책이다. 단순히 성경 지식을 넘어, 자연에 깃든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을 발견하고,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체에서도 창조 질서의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 해와 달, 동물과 식물 등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드신 뒤,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다고 전합니다. 이처럼 동식물은 우리 인간의 삶과 깊은 연관을 맺습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동식물의 생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배울 점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 ‘재출간을 기념하면서’ 중에서
한 권에 담긴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은 성경에 나오는 동식물의 상징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통해 하느님의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포도, 올리브, 무화과 등 친숙한 식물부터 독수리, 돼지, 비둘기처럼 특별한 의미가 담긴 동물까지, 이 책은 ‘성경 속 동식물의 작은 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드로의 회개와 연관이 있는 수탉, 속죄 제물로 쓰인 염소, 믿음에 비유되는 겨자씨 등 70여 종의 동식물을 다룬다.
이 책에 나오는 포도나무를 보면, 이는 단순한 과일나무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얼마나 풍요롭게 축복하셨는지를 보여 주는 일종의 상징이었다. 이런 해석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신앙이 포도나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또 포도나무와 관련한 성경 구절들을 소개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의 약속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돼지 이야기도 흥미롭다. 돼지는 유다인에게 불결함의 상징이었지만, 이는 단순히 위생상의 이유만이 아닌 이교도의 풍습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꿀벌 한 마리, 수선화 한 송이까지도 하느님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보여 주는 성경의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준다.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은 가톨릭평화신문에 ‘성경 속의 동·식물’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3년여간 연재된 칼럼을 바탕으로, 16년 만에 선보이는 개정판이다. 저자는 “성경의 흐름에 따라 독자들이 읽기 좋은 형태의 책을 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성경 속 비유가 가진 상징을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허영엽 신부는 쉬운 문체로 성경의 주변 문화와 환경을 잘 소개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허 신부는 이전 시리즈 《성경 속 궁금증》, 《성경 속 상징》, 《성경 순례》 등을 통해 독자들이 성경을 더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힘 써왔다.
이 책에서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관심 있는 주제를 먼저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씀과 함께 제시되는 생생한 동식물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독자들은 성경을 더 재미있게 읽을 힘을 얻고,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더 가까이 느끼고 우리의 삶을 성찰할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히브리인들의 유목 생활과 농경 생활에서 양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성경에서 양과 목자가 영적 진리를 위한 비유로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양은 일찍이 이스라엘 경제의 중심이었으며(창세 4,2 참조), 구약 시대의 희생 제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양의 연약함은 선한 목자의 돌봄과 자비를 설명하는 데 활용되었다.
― p.60 ‘하느님의 어린 양’ 중에서
구약 시대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곰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성경에서 표범은 빠른 속도를, 곰의 발은 강한 힘을, 사자의 입은 맹렬한 공격성을 상징한다. 곰은 성경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주로 강한 힘을 가진 사납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엘리사 예언자가 베텔로 올라가는 도중에 어린아이들이 성읍에서 나와 “대머리야, 올라가라!” 하며 그를 놀리자, 암곰 두 마리가 숲에서 나와 42명의 아이들을 죽인 이야기가 나온다(2열왕 2,23-24 참조). 또한 다윗이 목장에서 양을 치던 중 곰이 양을 물어 가는 것을 보고 곰을 쫓아가 죽이고 양을 구해 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1사무17,34-35 참조). 이를 통해 곰의 강한 힘과 잔인함을 살펴볼 수 있다.
― p.119 ‘강한 힘과 잔인함을 상징하는 곰’ 중에서
아마는 정결의 대명사였고 아마포 옷은 부자나 귀족의 옷감이었다. 파라오는 요셉을 제상의 자리에 앉히고 자기 손에서 인장반지를 빼어 요셉의 손에 끼워 주고는, 아마 옷을 입히고 목에 금목걸이를 걸어 주었다(창세 41,42 참조). 라합은 예리코를 살피러 온 이스라엘 정탐꾼을 옥상에 널어놓은 아마 줄기 속에 숨겨 주었다(여호 2,6 참조). 당시에도 아마에서 섬유를 채취해 천을 짰음을 알 수 있다. 삼손을 묶었던 밧줄도 아마로 만든 것이었다(판관 15,14 참조).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옷감도,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한 것도 아마포라 할 수 있다.
― p. 210 ‘신이 축복한 선물 아마’ 중에서
신약 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겨자씨를 하늘 나라와 믿음에 비유하셨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마태 13,31-32) 이 말씀은 비록 작아 보이는 믿음이라 해도 그 믿음에는 엄청 난 능력과 잠재력이 내재되었음을 강조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알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씨는 말씀을 의미하며, 씨가 땅에 떨어져 자라듯 하느님 말씀도 우리 안에서 자라나 나타나는 것이다.
― p. 290 ‘하느님 나라에 비유된 겨자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