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도, 카를로 아쿠티스
카를로 아쿠티스는 탁월한 컴퓨터 재능을 지닌 청소년으로, 저명한 컴퓨터 공학자가 그의 실력을 대학 수준이라 평가할 만큼 뛰어났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을 단순한 기술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신앙을 전하는 도구로 삼아 교회의 기적과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는 데 헌신했다. 그는 성체성사의 기적 136가지를 정리한 국제 전시회를 기획했고, 웹사이트와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통해 본당과 교황청 기관에 기여했다. 그 삶은, 신앙과 창의력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자극과 유혹이 넘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하느님을 사랑하며 신앙의 길을 걸었던 그는, 오늘날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기술과 신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감동적인 모범이 된다.
깊고 투명한 영성의 삶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쾌락과 소비주의 중심의 문화가 확산되는 현대 사회에서, 카를로 아쿠티스는 진리와 선, 그리고 신앙의 본질을 증언하였다.
이 책은 카를로의 깊고 투명한 영성을 통해, 자유주의와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성체성사, 예수 성심과 성모 신심, 천국·연옥·지옥의 실재성, 기도와 희생의 가치, 천사에 대한 믿음 등 가톨릭 고유의 신심과 계시적 메시지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 참된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다.
카를로는 신앙을 단순한 종교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갔다. 특히 성체에 대한 신심은 그의 영적 여정의 핵심이었으며, 성체를 “하늘나라로 가는 나의 고속도로”라고 표현할 만큼 깊은 사랑을 드러냈다. 어린 나이에도 매일 미사에 참여하며 예수님과의 만남을 기쁨으로 여겼고, 7세에 첫영성체를 허락받은 것을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여겼다.
그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를 특별히 사랑하고 따랐는데, 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길로 그들이 보여 준 가난하고 겸손한 삶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를로는 사치나 외적 치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들, 전대사를 통해 연옥의 영혼들을 도우며 자신을 성모 마리아께 온전히 봉헌하는 삶에 더욱 큰 가치를 두었다. 성모님에 대한 그의 신심은 매우 깊어, 파티마의 세 목동과 루르드의 성 베르나데타처럼 늘 묵주 기도를 통해 성모님과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묵주 기도를 쉽게 바칠 수 있도록 도식과 자료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신앙을 창의적이고 실천적으로 살아 냈을 뿐 아니라, 그의 모든 영성 생활 바탕에 신앙의 본질을 꿰뚫는 신학적 이해력과 통찰을 지닌 어린 신학자였다는 것을 교회 내 신학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일상에서 드러난 성덕
카를로 아쿠티스는 단지 깊은 신앙심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특별한 모범을 보인 인물이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착하고 예의 바르며, 항상 여유롭고 정성을 다하는 아이”로 기억한다. 욕설을 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왔으며, 도움을 요청받기 전에도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단지 도덕적인 선함을 넘어,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간 신앙의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카를로는 교회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만 국한하지 않고,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고 기쁘게 나누었다. 그와 함께했던 이들은 그를 “주님과 매우 가까웠던 아이”로 회상하며, 그의 순수한 믿음과 따뜻한 인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짧은 생애였지만, 카를로 아쿠티스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며 ‘성덕의 평범한 길’을 걸어간 현대 청년의 전형이었다. 그는 참된 성덕이란 특별한 업적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데 있음을 몸소 보여 주었다.
카를로를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은 그가 얼마나 깊은 신앙과 덕행으로 살아갔는지를 잘 드러낸다.
“카를로는 아주 특별한 아이였어요. 모든 면에서 뛰어났지요.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 미사에 참여했던 카를로는 착하고 예의 바르며, 항상 여유로워 보였어요. 영성체를 할 때는 얼마나 정성을 다하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답니다. 마치 작은 천사처럼 보였어요. 저를 보며 인사를 하던 그 눈빛과 미소가 또렷이 기억나는군요. 다른 아이들과 광장에서 놀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카를로를 창밖으로 본 적이 있었어요. 카를로는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었어요. 다른 아이들이 못살게 굴어도 싸우지 않았지요.”(24쪽)
“카를로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는 매일 미사에 참례했고, 저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어요. 착하고 특별했던 그 아이를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저는 카를로가 주님과 매우 가까웠을 거라고 확신합니다.”(37-38쪽)
증언과 사진으로 만나는 성인, 성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
카를로 아쿠티스는 2006년 10월 12일, 급성 백혈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 짧은 생애였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교황과 교회, 그리고 천국을 향해 온전히 봉헌하며 살았다. 그의 삶은 오늘날을 디지털 세상에 매몰되어 자신을 잃어 가는 우리 모두에게 “복사본이 아닌 원본으로 살라”는 강력하고도 살아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성 카를로 아쿠티스의 공식 전기로, 그의 유년 시절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더불어, 사후의 기적, 성덕에 대한 인식, 시복과 시성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담아낸다.
특히 카를로가 생전에 즐겨 그리고 사랑했던 반려견과 반려묘, 연, 묵주 등 다양한 동물과 사물에 대한 그의 그림들도 수록되어 있어, 성인의 삶과 내면세계를 더욱 입체적이고 친근하게 전달해 준다.
이 책은 성인의 삶을 단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넘어, 그를 실제로 알고 지냈던 이들의 증언과 사진을 통해 성덕의 향기와 신앙의 감동을 생생히 전하는 소중한 자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가와 함께 조명되는 성 카를로 아쿠티스의 사후 명성
카를로 아쿠티스가 2006년 세상을 떠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그에 대한 공경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의 이름을 딴 성당과 경당이 세계 곳곳에 세워졌고, 청소년 단체와 복음화 캠페인 등 다양한 공동체가 그의 삶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카를로는 특히 ‘청소년 사목의 모델’로 자리매김하며, ‘디지털 세대의 복음 전도자’로 불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디지털 세상에서도 창의력과 천재성을 보여 주는 젊은이”로 자주 언급하며, “기술을 신앙의 도구로 활용한” 그의 삶을 높이 평가했다.
2024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를로의 시성이 희년 기간 중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를로는 레오 14세 교황이 시성하는 첫 번째 성인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카를로 아쿠티스의 삶을 넘어 독자들에게도 천국으로 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바로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자기 몰입, 고립, 공허한 쾌락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도 창의력과 천재성을 보여 주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가경자 카를로 아쿠티스가 그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문헌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04항
카를로는 통신, 광고,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기제들이 우리를 안이하게 만들고 소비주의에 물들어 시장에 나온 최신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들며, 여가 시간에 집착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하는 데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복음을 전파하고 아름다움과 가치들을 전하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문헌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05항
누구나 고유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많은 이들이 남들을 모방하다 삶을 마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문헌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06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