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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순롓길’에서 길어 내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 

철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초로의 예수회 사제가 800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롓길을 한 달 동안 걸으며 그 길 위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산티아고 순례기. 보통의 산티아고 순례기들이 내세우는 화려한 사진 없이 저자의 진솔한 글만으로도 순례의 진솔한 감동을 전해 준다. 


“몇 년 전 김용해 신부님은 산티아고 순롓길을 철저한 고독과 사색 속에서 걸으신 다음, 그 여정 중에 쓴 순례 노트를 저에게 보여 주셨습니다. 단순히 산티아고 순롓길에 대한 여행담이 아니라, 자신과 자연과 다른 인간에 대한 철학자의 깊은 성찰이 담긴 글이 제 안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 예수회 송봉모 신부의 추천사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은 예부터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별을 보고 날씨나 재난 혹은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쳤고, 거친 바다나 낯선 곳에서 길을 찾기 위해 별을 찾았다. 아주 일찍부터 별은 ‘찾는 것’이었고, 사람들은 하늘에 점처럼 뿌려진 별들 사이에서 의미가 부여된 별을 찾아 그것들을 좇았다. 밤의 어둠에서, 망망한 대해에서 길을 알려 주는 것은 별들이었다. 

그러나 어떤 별은 오히려 우리를 찾아왔다. 고대 로마 제국이 팔레스타인 땅을 다스리던 어느 날, 밝게 빛나는 별은 이제 막 세상에 강생한 아기 예수 앞으로 동방의 박사들을 안내했다. 수백 년이 지난 후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별빛이 스페인 북서부 갈라시아 지방의 한 동굴을 비추었고, 그 동굴에서 예수의 제자이자 사도 중 첫 번째 순교자인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됐다. 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그들을 부르던 별들이 있었고, 그 별이 비추던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모여들고 있다. 


준비된 순례란 없다 

심장이 타오르는 곳으로 떠날 뿐 

산티아고 순롓길은 오늘날에도 수많은 이들을 길 위로 이끈다. 지금도 한 해 20여만 명의 순례자들이 각자 마음의 지향을 찾아 길 위로 나서고, 수백 년 전 별빛이 비췄던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먼 길을 걸으며, 그 걸음의 여정에서, 그리고 그 끝에서 그들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예수회 수도자이자 철학을 연구하고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는 교수로 오랜 세월을 보낸 저자 김용해 신부의 글에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안식년을 맞이해 떠난 순롓길에서 저자는 “사제나 교수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배낭 하나 메고 홀로 걷고 싶었다.”라며 산티아고 순롓길을 걷고자 했던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나는 한 인간으로, 그보다도 자연 안의 한 존재로, 또 다른 타자, 즉 자연과 소위 정신적 존재라 불리는 또 다른 인간과도 소통하고 싶었다. 머리보다는 몸으로 체험하는 순례, 지식보다는 경이감을 체험하고, 나(주체)보다는 자연과 타자에 집중하는 순례를 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 순례를 통해서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더 깊이 알고 싶었다.”

- 글을 시작하며


주체적 자아를 내려놓는 

29일, 800킬로미터의 순롓길 

이 책의 제목 ‘비아토르’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를 축약한 것이다. ‘Homo’는 인간, ‘Viator’는 여행자를 뜻한다. 따라서 ‘비아토르’는 ‘길 위의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제목은 참자신이 되기 위해 길을 걷는 인간의 자각을 드러낸다. 

저자는 생장 피에 드 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프랑스 길’이라 불리는 산티아고 순롓길,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도시 상구에사, 순롓길 이후의 묵시아까지 29일간 800여 킬로미터를 걸으며 길 위에서 자신과 대면한다. 

저자는 그 길 위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감정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참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이 일생의 순례임을 깨닫는다. 산티아고 순롓길은 바로 그 인생의 축약이었다. 그는 그 안에서 체험한 모든 경험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것들을 기록하고 남겼다. 이 책은 그 기록의 산물이며, 길 위의 고통과 슬픔으로 정화된 영혼의 기록이다. 


“매일 새로운 사건을 통해 내 마음 깊은 곳에 울리는 소리를 적었다. 점점 많은 걸음이 축적되고 의식이 침잠하자 잠을 자다가 꿈에서 그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럴 때면 잠을 자다가도 머리맡의 노트에 메모해 두고 걸음을 옮기며 되새김하곤 했다. 이 순례가 나와 하느님을 더 잘 깨닫는 계기가 되었음이 확실하다.”  

- 글을 시작하며


영혼을 정화하는 

길 위에서 마주친 슬픔과 고통 

하루 20-30킬로미터의 길을 걸으며 보낸 29일은 기도와 묵상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추억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슬픔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 차원의 슬픔의 근원을 돌이켜 보고, 공동체라는 집단의 기억 안에 내재된 슬픔의 근원을 추적해 본다. 

이렇게 길을 걸으며 숙고하는 시간은 저자의 감정과 영혼을 정화하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했던 걸음은, 저자에게 그가 속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소명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길 위의 인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했으며,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에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이끌어 줬다. 


“정의의 이상은 자기 검열에 움츠리지 않고 자신과 사회를 향해 더욱 지향하는 태도로 실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슬픈 감정이 가시자 들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게 눈에 들어왔다. 불현듯이 온 세상이 아름다웠다. 이름이 있든, 이름을 모르든, 꽃과 나무와 사물 하나하나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 슬픈 감정은 영혼을 정화한다(5/8)


‘희망의 순례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책 

목적지를 향해 걷는 길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햇볕이 찬란한 맑은 날은 오히려 길 위의 사람을 지치게도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 순례자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도 목적지를 달리하며 이어지는 인생의 여정을 계속하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함을 저자는 몸소 체험했다. ‘순롓길은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순롓길에서의 체험은 그 길을 걷는 이에게 유일한 체험이다. 같은 길을 함께 걸었더라도 각자의 체험은 고유하고 유일무이하다. 동시에 그 걸음은 타자와 상호 작용의 원리 안에서 존재하고 변화해 자신의 삶이 ‘되어 감’의 과정 중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철학자 윌리엄 데스먼드의 ‘자기화Selving’ 개념이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롓길의 마지막 순간에 만난 ‘♡Wins!’, 사랑은 승리한다는 명제에 공감하며, 우주라는 아가페로 상호 작용하는 모든 존재가 사랑으로 주어졌음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우주, 자연 생태계, 이름 없는 풀꽃, 인생 순례 중에 만난 사람들, 이 모든 존재가 사랑으로 주어졌다. 나의 인생행로 중에 한 번 만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이라도 나는 그들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나의 존재가 이미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내 안에 살고 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 존재의 공동체에서 같은 성원으로 살아간다고 믿는다.”

- 글을 마치며



추천사 4 

글을 시작하며 6 


Ⅰ부 준비된 순례란 없다 

불안한 출발     20

4월 10일 화요일   인천/모스크바

생각지도 못한 모스크바     22

4월 10일 화요일~11일 수요일    모스크바

초유의 비상사태     25

4월 11일 수요일   모스크바/마드리드

흐리고 약간의 비     29

4월 11일 수요일 밤~12일 목요일    마드리드/팜플로나/생장 피에 드 포르

순례 시작     34

4월 13일 금요일   생장 피에 드 포르/오리손

별똥별을 보며     38

4월 14일 토요일   오리손/론세스바예스

피레네도 한때는 바다였다     43

4월 15일 일요일    론세스바예스/주비리

물도, 돌도 우리와 함께 순례한다     45

4월 16일 월요일   주비리/팜플로나/상구에사

프란치스코는 한번 떠난 후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     48

4월 17일 화요일   상구에사/하비에르성/팜플로나

가다 지치면 쉬었다 간다     54

4월 18일 수요일   팜플로나/무루자발

작은 일에도 고통은 불만을 낳는다     56

4월 19일 목요일   무루자발/에스텔라


Ⅱ부 심장이 타오르는 곳에 하느님이 계신다

나를 초월한다는 말의 의미는?     60

4월 20일 금요일   에스텔라/로스 아르코스

고통 없는 순례, 고통 없는 인생이 가능할까?     64

4월 21일 토요일   로스 아르코스/로그로뇨

타인의 인생사도 내면의 순롓길     66

4월 22일 일요일   로그로뇨/나헤라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르십시오!     69

4월 23일 월요일   나헤라/그라논

볼품없고 불안정한 곳에 새로운 체험이 있다     76

4월 24일 화요일   그라논/벨로라도/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     78

4월 25일 수요일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산 후안 데 오르테가/아게스/아타푸에르카/카르데뉴엘라 리오피코

영웅들은 돌에 이름을 새기지만     81

4월 26일 목요일   카르데뉴엘라 리오피코/부르고스/라베 데 라스 칼자다스

사목자가 아니라 한 명의 순례자로     83

4월 27일 금요일   라베 데 라스 칼자다스/온타나스/카스트로헤리즈


Ⅲ부 슬픔과 고통은 영혼을 정화한다 

순롓길 위의 길벗 사귀기     90

4월 28일 토요일   카스트로헤리즈/이테로 델 카스티요/보아디야 델 카미노/프로미스타/포블라시온 데 캄포스

쉴 곳 없는 지루한 캄포스     95

4월 29일 일요일   포블라시온 데 캄포스/비얄카사르 데 시르가/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칼자디야 데 라 쿠에사

우리 인생의 안내판은 어디서 발견할까? 1     99

4월 30일 월요일   칼자디야 데 라 쿠에사/레디고스/모라티노스/사하군/베르치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

우리 인생의 안내판은 어디서 발견할까? 2     103

5월 1일 화요일     엘 부르고 라네로/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

돌아가신 누님과 자형을 꿈에서 보다     106

5월 2일 수요일    만시야 데 라스 무라스/레온/라 비르겐 델 카미노 

고인이 된 친구 가브리엘을 추모하며     110

5월 3일 목요일     라 비르겐 델 카미노/프레스노 델 카미노/오스피탈 데 오르비고/비야레스 데 오르비고

지구별의 온갖 생명을 경이롭게 보다     114

5월 4일 금요일    비야레스 데 오르비고/산티바녜스 데 발데이글레시아스/아스토르가/발데비에하스/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엘 간소

인생은 온갖 사랑으로 가득한 하느님의 선물     119

5월 5일 토요일     엘 간소/라바날 델 카미노/폰세바돈/엘 아세보 데 산 미구엘/리에고 데 암브로스/몰리나세카

순롓길 위의 작은 십자가들     125

5월 6일 일요일     몰리나세카/폰페라다/캄포나라야/피에로스/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Ⅳ부 사랑이 마침내 승리한다 

내적 확신과 소명 의식은 관계의 깊이를 드러낸다     132  

5월 7일 월요일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페레헤/트라바델로/라 포르텔라 데 발카르세/암바스메스타스/라 파바/오 세브레이로

슬픈 감정은 영혼을 정화한다     135

5월 8일 화요일     오 세브레이로/사모스

순례 여정은 인생의 축소판     139

5월 9일 수요일    사모스/사리아/모르게데/포르토마린

하느님은 가장 비천한 이를 품으신다     148

5월 10일 목요일   포르토마린/곤자르/리곤데/포르토스/산 훌리안/멜리데 

♡ wins! 사랑은 승리한다     153

5월 11일 금요일   멜리데/아르주아/산타 이레네/오 페드루소

마침내 산티아고에 입성하다     156

5월 12일 토요일   오 페드루소/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스페인의 서쪽 끝 묵시아에서     161

5월 13일 일요일    묵시아

산티아고 시내 관광과 순례 여정의 끝     164

5월 14일 월요일   산티아고 시내


글을 마치며     169


글쓴이 김용해

1986년 한국 예수회에 입회하여 1996년 사제로 서품 받았다. 한국,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법학, 철학, 사회학, 신학을 공부하고 2002년 독일 뮌헨의 Hochschule für Philosophie S.J.에서 「인간 존엄성과 인권의 근거 짓기」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3년부터 서강대학교 신학 대학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윤리학, 사회 철학, 인간학, 생태 철학, 철학적 신학, 비교 철학 분야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학생 문화처장, 신학 대학원장, 교목처장, 생명 문화 연구소장, 신학 연구소장, 동학 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푸르메 재단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일반 윤리학』, 『젊은이의 행복학』, 『알프레드 델프』, 『인간 존엄성의 철학』, 『왜 인격들에 대해 말하는가』, 『동학의 재해석과 신문명의 모색』 등의 저·역서와 사회 철학, 윤리학, 생태·생명 철학, 종교 철학 분야에서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윌리엄 데스먼드의 사이론 철학에 주목하면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