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멸망과 오경의 발전을
고고학적, 역사적, 문학비평적 접근으로 만나다
히브리 성경의 가장 광범위한 문학적 숙고를 촉발한 위기라면 단연 예루살렘 멸망을 꼽을 것이다.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의한 예루살렘의 파괴는 히브리 성경에서 가장 엄청난 재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사건이 오경의 발전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루살렘의 트라우마가 모세의 다섯 권의 책에 반영되어 있는가? 2015년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바로 기원전 587년 이스라엘이 겪은 공동체적 트라우마가 오경에 반영되었는지,
그랬다면 어떤 모습으로 반영되었으며 오늘날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무엇을 말하는지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공한다.
학술회의에서 제기된 질문은 이 책에서 여러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다양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오경 비평 전문가들은 성경 역사학, 바빌로니아 유배 전후의 메소포타미아 문화와의 접촉,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와 복원으로 인한 종교적 단절 문제를 포함한 관련 주제에 대한 풍부한 전망을 제시한다.
이 책은 고찰한 주제를 바탕으로 주요한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이스라엘 핑켈스타인, 레스터 그라베, 페테르 두보프스키, 장 피에르 소네의 기고문을 통해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고고학적·역사적·문학적 관점을 한데 모아 무대를 설정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안젤리카 베를레융, 장 루이 스카, 콘라트 슈미트, 에카르트 오토, 닐리 와자나의 소논문 5편에서 창세기부터 신명기로 옮겨 가며 예시된 본문들과 주제들이 논의된다.
세 번째 부분은 네이선 맥도널드, 제프리 스테커트, 도미니크 마클, 크리스토프 니한이 기고한 논문에서 사제계 본문들과 제의의 (불-)연속성에 집중하고,
마지막 부분은 게오르그 피셔, 버나드 레빈슨, 로널드 헨델의 논문에서 오경과 예언서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열어 준다.
[책 속에서]
기원전 2세기처럼 후대에 오경에 자료가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는가? 창세 14장의 멜키체덱 에피소드가 좋은 예인데, 이것은 하스몬 시대를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토라가 그리스어로 번역된 시기를 일반적으로 기원전 3세기로 추정하는데, 최초의 번역본이 후에 전체 장이 추가된 히브리어 본문을 기반으로 했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번역된 히브리어 본문이 아직 고정되고 안정적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으며, 그리스어 토라 본문이 하스몬 시대까지 지속된 수정의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_37쪽
많은 학자가 유배 시기에 신명기계 역사의 상당 부분이 편찬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오경에서 창세기와 탈출기의 일부는 아마도 유배 시대 또는 페르시아 시대 초기에 속할 것이다.
창세 1장의 창조 이야기는 〈에누마엘리쉬Enuma elish〉에 대한 응답처럼 보인다. 거기서 활동하는 신화적 세력은 야훼의 손안에서 움직이는 수동적 대상이 되었고 창조는 “번듯한 일”이 되었다.
홍수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 전승에서 상당히 차용한 듯하며, 요셉 이야기는 사이스 왕조(역자주: 이집트 26왕조)와 페르시아 시대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나는 탈출기 이야기도 기원전 7세기에서 기원전 5세기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_65-66쪽
2열왕 25장에 묘사된 예루살렘의 포위 공격과 멸망은 왜 그렇게 간략한가? 성경이 이스라엘의 가장 암울한 시기를 환기할 때 왜 그리도 건조하고 간결한가? 도성의 포위는 2열왕 6,24-33의 경우처럼 열왕기에서 극화될 수 있었다.
거기에서는 아람의 벤 하닷이 사마리아를 포위한 상황을 이야기할 때 세부 사항을 상세히 표현하고 생생한 대화로 구성하며, 포위된 상태의 기근을 궁극적으로 표현한 식인 풍습, 더 정확하게는 모계 식인 풍습으로 그 장면을 극화한다.
그러나 2열왕 25장에서는 이와 비슷한 것을 조금도 발견할 수 없다. 거기서 화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장면과 대화들을 정교하게 만들려 하지 않고,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서 그친다. _137쪽
예루살렘 도성은 히브리 성경/구약성경의 많은 부분에서, 가령 사무엘기 상・하권, 열왕기 상・하권, 역대기 상・하권, 에즈라기, 느헤미야기, 시편에서는 중심적으로 다뤄지나, 오경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루살렘에 대한 암시는 간접적이고 의미가 명료하지 않다. 예를 들면, 오경의 많은 제의와 희생 제사에 관한 법에서 예루살렘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예가 전혀 없다. _203쪽
우리 학술회의의 주제는 매우 흥미롭다. 이 주제는 아마도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서 가장 파국적인 사건인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의 멸망과 어쩌면 이 공동체가 인류에게 내놓은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공헌인 토라라는 선물이 유다교와 나중에는 그리스도교 및 다른 종교들의 기초가 되고, 이후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일 사이의 연관성을 다룰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끔찍하고 충격적인 경험이 그토록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예레미야서는 이에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으나 몇 가지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_499쪽
아브라함은 “유배자들의 귀환을 예표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오는 첫 ‘순례자’로” 재해석되었다. 이는 “야훼의 말씀에 순종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유배자들의 모델”로 변모한 야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배된 이들의 회복력은 서기관의 재작성, 특히 “하가다식 주석”의 형태를 띠었다. 데이비드 M. 카가 쓴 것처럼, 투사된 과거의 인물들은 이스라엘의 “은폐 기억Screen memory” 역할을 했다. _603쪽
Ⅰ. 예루살렘의 멸망: 고고학적 · 역사적 · 문학적 관점
1장 예루살렘과 유다, 기원전 600-200년: 오경 본문의 이해를 돕는 시사점(이스라엘 핑켈스타인)
2장 유다의 마지막 날들과 오경의 근거들: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레스터 그라베)
3장 의심스러운 유사성: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의 함락에 대한 비교 연구(페테르 두보프스키)
4장 예루살렘의 포위 공격: 수사학적 최대주의(신명 28장)와 내러티브 최소주의(2열왕 25장) 사이에서(장 피에르 소네)
Ⅱ. 토라의 등장: 예시 본문들과 쟁점들
5장 신아르 땅에 살기: 창세 11,1-9에서 유배를 숙고하기?(안젤리카 베를레융)
6장 오경은 왜 토라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예루살렘에 대해서는 그렇게 적게 말하는가?(장 루이 스카)
7장 후기 유다와 신바빌로니아의 맥락에서 본 오경에 나타난 신적 입법(콘라트 슈미트)
8장 폐허에서의 탄생: 신명기에서 오경의 산파로서 예루살렘의 재앙(에카르트 오토)
9장 제국과 멸망에 비추어 본 임금의 법 신명 17,14-20(닐리 와자나)
Ⅲ. 사제계 본문과 제의의 (불-)연속성
10장 아론의 실패와 히브리 왕국들의 멸망(네이선 맥도널드)
11장 사제계 출전의 정치적 알레고리: 예루살렘의 파괴와 유배, 그 대안(제프리 스테커트)
12장 유배 이전과 유배 이후 예루살렘 성전을 잇는 연속성의 원형인 광야 성소(도미니크 마클)
13장 역대기에서 제의 중앙집중화와 토라의 전승(크리스토프 니한)
Ⅳ. 예언서의 변형
14장 예루살렘의 멸망을 잊지 마라!: 예레미야서의 관점(게오르그 피셔)
15장 바빌로니아인들의 예루살렘 포위 동안 치드키야의 종 해방: 예레 34장과 오경의 형성(버나드 M. 레빈슨)
16장 대재앙의 여파 속에서 탈출을 기억하다(로널드 헨델)
재난: 성찰과 전망
17장 재난을 쓰다: 트라우마, 회복력과 속기(장 피에르 소네)
엮은이
페테르 두보프스키 Peter Dubovsk
로마 교황청립 성서 연구소 히브리어 성경 교수이자 성서학장이다.
도미니크 마클 Dominik Markl
로마 교황청립 성서 연구소 히브리어 성경 부교수 겸 연구원이자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 대학교 부교수이다.
장 피에르 소네 Jean-Pierre Sonnet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교 히브리어 성경 교수이다.
옮긴이 최안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로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구약 성서신학 박사)에서 수학했다.
저서로 《창세기 해설서》(2018), 《요한복음서 해설》(2019), 《루카복음서 해설》(2021)등이 있고, 역서로 《인간 다윗》(2022), 21세기 제롬성경주해 시리즈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사회》(2023)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