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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듯 신앙도 우리 삶과 생활 안에 있음을 깨닫고 실천하여 ‘참신앙’을 발견하도록 돕는 책.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 무더운 여름날 굉장히 시원한 음료를 마신 듯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뒤통수를 때려 잠 깨우는 신앙 서적

신앙생활에 관한 조언과 지침을 주는 책은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영성 도서’라고 불리는 책들 대부분이 그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의 책들을 들여다보면 안에 담긴 글이 그저 ‘듣기 좋은 당연한 좋은 말씀’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본당 사제가 쓴 신앙 서적’이라고 이 책을 표현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는 책의 내용을 조금도 담아내지 못한다. 오히려 굉장히 흔한 내용이 적혀 있으리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다소 경망스럽지만 차라리 ‘뒤통수를 빡 때리는 신앙 서적’이라고 하는 편이 짧은 말로 이 책을 표현하기에는 더 적절하다. 『사람이 좋아, 사람이』가 어째서 그러한 인상을 주는지, 어째서 신앙인을 깨우는 책인지 본문을 들여다보며 그 이유를 부연하기로 한다.


하느님도 우리 안에, ‘신앙’도 우리 삶 안에

유신론자가 “하느님은 계신다. 어디에? 저 높은 하늘에.” 이렇게 말할 때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은 계신다. 어디에? 이 낮은 데, 우리 안에.”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본문 64-65쪽)

『사람이 좋아, 사람이』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압축적으로 담긴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하느님께서 ‘저 높은 곳,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에’ 계시듯 그분을 따르는 우리의 신앙도 우리 생각 어디엔가 있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실재한다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평일 내내 회사에서, 학교에서, 삶의 현장에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안고, 혹은 표출하며 살다가 주일에 성당에 가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오는 삶의 패턴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생활과 신앙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태도와 생활양식은 결코 바람직한 신앙의 모습이 아니라고 단호히 지적한다.

『사람이 좋아, 사람이』에서는 치열하고 빡빡한 현실과 각자 짊어진 세상의 근심을 이해하고 안쓰러워하면서도 “우리가 성당에서 성경을 읽고, 성체를 모시고, 성령의 기운을 얻어 예수 성심으로, 성모 성심으로 살아가자는 것은 일신의 안일과 태평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목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밝힌다. 더불어 “자고로 변신의 귀재”이며 “선보다 성실한” 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서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있기에 “죄를 보았으면 죄를 미워하고, 선을 보았으면 선을 다짐하자, 적어도 예수처럼 살면 예수처럼 죽고 마는 세상은 아니게 하자.”라는 말로, 신앙인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신앙은 단순히 내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러셨듯이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데에 쓰는 도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기, 마침내 ‘참신앙인’으로 거듭나기

이뿐만 아니라 『사람이 좋아, 사람이』는 우리가 이미 배워 알고 있는 성경이나 교리에 관한 지식 또한 뒤집어서 볼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예수님의 수난기를 그저 ‘구원을 가져다주신 예수님의 수난 공로’로만 읽지 않고, ‘범죄자들에게 그분을 빼앗긴 이야기’로 읽음으로써 부활은 물론 교회가 탄생한 과정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 생생하게 느끼고 그 모든 것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까지 연결된다. “서러운 추모”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범죄자들이 예수님께 했던 몹쓸 짓을 “충분히 미워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사람이 사람에게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꾸짖고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좋아, 사람이』에서는 이렇게 신앙을 새로운 관점으로 정의·정리하며, 결국 성경과 교리서를 머리와 입으로 줄줄 외는 사람이 아니라, 그 내용을 삶과 생활 속에서 곰곰이 되짚어 보고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참신앙인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내놓은 ‘신앙론’의 뒤에 해당 내용에 관하여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것을 끊임없이 제안한다. 그러므로 “정말 그렇습니까?”라는 문장 역시 이 책의 핵심을 짚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따라서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신앙을 고찰하고, 진정으로 그러한지 스스로 생각하고 나면 자연스레 신앙인으로서 내가 무얼 해야 할지가 보인다. 보이기에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고, 이윽고 진짜배기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수려함 속에 감춘 고민의 깊이

성경은 물론 많은 문학 작품들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 사상을 동원하여 풍성하고 깊이 있게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는 점도 『사람이 좋아, 사람이』의 특장 중 하나이다. 저자가 강론 시간, 유쾌하고 따뜻한 말만 하려고 다짐하다가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 관한 이야기, 듣기에는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것을 “‘더 이상 …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예레 20,9) 하였던 예언자의 심경에 빗대는 데에서 ‘행동하는 신앙’을 얼마만큼이나 중요히 여기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다. 또, 베드로가 평범한 어부에서 당당한 교회의 반석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허균의 ‘호민론’에 빗대어 전개하는 대목에서는 그 몰입감과 수려함에 감탄을 내뱉게 된다.

읽는 내내 웃는 얼굴로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말솜씨의 안쪽 깊은 곳에는 ‘땅에서의 하늘 나라’를 이루기 위해 한 사제가 사목 현장에서 30년 동안 거듭했던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다. 듣기 좋은 말, 흘러가는 구름처럼 저 멀리 있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말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에서 하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가볍게 넘어가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꿈틀거리는 신앙을 안고 세상으로 나가자

책을 읽다 보면 여러 차례 나오는 ‘참으로 미안했습니다.’라는 진술이 눈에 띈다. 주로 아파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 혹은 그들을 위해 이미 힘쓰고 있는 이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하며 나온 말이다. 처음 읽을 때에는 별 생각 없이 지나갔다가,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자꾸만 생각이 나 그 부분들을 다시 찾아 읽게 된다. 그 공감이 다름 아닌 이 책에서 강조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앙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체득한 것이다.

그렇게 꿈틀꿈틀 약동하는 새 신앙을 저마다 품에 안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이 책은 제안하고 있다.





추천사    5

머리말    16


세상 모든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    21

거룩한 파종    27

성모 승천    32

광주의 어머니들께    37


사람이 좋아, 사람이

대림 시기를 지내는 이유    43

조마조마하신 하느님    49

진짜 아우구스투스    56

하루 세 번 바치는 기도    63

사람이 좋아, 사람이    70


생각의 주인 되기

가슴에 묻은 사랑    79

수수께끼의 주인공, 주님의 종    87

생각의 주인 되기    94

아직 마르지 않은 십자 나무의 피    102

사순 시기의 성경 독법    109


끝난 자리에서 새것이 나온다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129

끝난 자리에서 새것이 나온다    135

부활의 봄    140

진짜 입신 참된 양명    147

들깨, 참깨, 우리 모두 함께!    152

언니 예수님    158

동생들을 보살펴 주시오    165

우리 하나하나가 교회    171

두 번의 불꽃    178


먹어라, 나를 먹어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    185

먹어라, 나를 먹어라    191

우리가 하느님의 어린양    198

아버지의 노래, 어머니의 노래    204

주일 미사 유감    209


덕은 덕으로 온다

하느님의 웃음    218

배내옷과 수의    225

덕은 덕으로 온다    233

하늘을 처음 만나는 어린 새처럼    240

사람의 귀함을 보여 주는 일곱 성사    249

초단편 구원사    256


글쓴이 김인국

1991년 사제품을 받고 청주교구 부강 본당을 시작으로 광혜원, 오송, 금천동, 옥천, 성모성심 본당을 거쳐 지금은 충주 연수동 본당에서 일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와 대표를 역임하였다. 지은 책으로 『사람이 좋아, 사람이』,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 『2230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