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에 비친 예수님의 삶,
아들의 삶을 바라본 어머니 마리아의 마음을 읽는다
4세기, 스페인의 ‘에테리아’라는 수녀가 수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성지들을 순례했다. 그 순례의 기록을 책으로 남겼고, 그 필사본들이 에테리아 수녀의 《여행기》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이 필사본들은 발간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가 시간 속에 잊혔지만, 19세기, 이탈리아 아레초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되면서 다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다. “만약 이 책에 소실된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이 발견되면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찾게 된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이러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저자인 산티아고 마르틴 신부가 친구를 통해 《여행기》의 한 필사본에서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찾았는데, 거기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그 존재를 확신하지 못했던, 성모님의 고백을 받아 적은 필사본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양장으로 개정하여 출간하는 《마리아의 비밀》은 이러한 충격적인 서론으로 시작한다. 노년에 접어든 성모님이 자신의 한평생을 술회하며 요한 사도에게 전한 말씀을 적은 이 책은 천사에게 예수님의 잉태를 전해 듣고 수락한 순간부터 예수님의 탄생과 성장, 죽음과 부활까지 성모님이 목격하신 모든 순간들이 생생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책 속으로]
내가 하느님께 마지막으로 말씀드린 바로 그때, 내 작은 방 안이 빛으로 가득 찼단다. 그리고 그 순간, 천사가 나타났지. 놀라지는 않았어. 아니, 솔직히 조금 놀랐지만, 두렵지는 않았어. 아무튼 천사가 거기에 있었지. 아름답게 빛나는 그에게서 부드럽고 평화로운 기운이 풍겼단다. …… 평화!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 주신 것이었고, 지금 내 안에서 깊게 울리고 있었어. 그분의 평화가 내 주위를 감싸고, 내 안에는 오직 그분과의 거룩한 조화만이 깊게 물결쳤단다. 하느님의 전달자에게서도 이와 같은 평화를 느낄 수 있었지.
이는 의심할 수 없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방문이었단다!
― 38~39쪽 ‘내가 열다섯 살 때‘ 중에서
아버지는 하느님의 일에 대해서도 물으셨지. 특별한 그날 밤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울타리 안에서 이 모든 일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셨어.
우리는 길지 않은 여정 동안 사랑이 가득한 부녀 사이의 친교를 나누었어. 여행은 꿈처럼 감미로웠지만,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아버지와 딸이 작별하는 길처럼 느껴졌단다. 나는 이제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여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지. 결국 이 여행은 아버지의 집을 떠나 부르심의 길로 나아가는 여행이었단다.
― 67쪽 '천사의 방문 후에' 중에서
나에 대한 사랑이 깊은 만큼, 앞으로의 삶을 나와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엄청난 절망과 좌절로 다가왔어. 나와 누구의 아이인지 알 수 없는 내 아이를 받아들일 힘이 없었기 때문이지. 아버지는 요셉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결코 말씀해 주시지 않았어. 그렇게 밤은 깊어 갔지만, 밤이 늦도록 요셉은 잠을 청할 수 없었어. 그는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다가 겨우 잠들었지만, 바로 깨어났어. 방 안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지. 요셉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어. 양심의 가책 탓에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러나 방 안에 분명히 누군가가 있었어. 그 누군가로부터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와 방 안을 가득 비추었지. 그는 침묵 속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요셉을 바라보았어.
― 86~87쪽 '약혼자 요셉의 눈물' 중에서
밖은 이미 깊은 어둠이 내렸고, 동굴 안에는 요셉이 지펴 둔 작은 불길이 타고 있었단다. 지나치게 연기가 나지 않도록 나뭇가지들을 조금만 모아서 태웠지만, 동굴은 마치 찬란한 빛에 뒤덮인 것처럼 보였어. 아기에게서 빛이 흘러나와서가 아니라, 아기가 바로 빛이었기 때문이었지.
아기를 보며 이토록 큰 신비를 다시금 묵상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아기를 보고 있으면, 누추한 동굴이 그분의 영예에 걸맞은 거대한 왕궁으로 변모하는 듯한 착각에 젖어 들었지. 예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 희열이 내게 밀물처럼 몰려와 저절로 아기에게 경배하게 되었단다.
― 143쪽 '가슴 아픈 예언' 중에서
“아버지, 하느님이 저희에게 말씀하시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율법이나 준수해야 할 많은 규정 같은 것들이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지요. 사랑이 없다면 불의와 원한, 미움과 시기, 질투만이 남을 거예요. 아무리 많은 희생 제물을 바친다고 한들, 아무리 많은 기도를 드린다고 한들 하느님은 저희에게 만족하지 않으실 뿐더러 저희와 함께하지도 않으실 거예요.”
그러더니 예수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어.
“어머니, 제 말이 맞지요? 정말로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그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하나로 일치시키고 우리도 하느님처럼 사랑할 수 있도록 하지요?”
― 212~213쪽 '30여 년간의 영광' 중에서
사실 이 전구자의 역할은 내게 몹시도 크고 무거웠단다. 사람들이 내게 전구를 청할 때 나는 항상 그것이 즉흥적인지 아니면 그들에게 진실로 필요한지를 고심했지. 지상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예수를 이런저런 일들로 괴롭힐 수 없기 때문이었어. 예수가 하늘에 오른 지금에서야 이 전구자의 역할을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지금은 성가시리만큼 예수를 찾는단다. 전구를 청하는 모든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마냥 예수를 귀찮게 하는구나. 내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예수가 하늘에서 머리를 흔들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구나.
“우리 어머니, 항상 이러시네! 그렇지만 어머니의 청원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요?”
― 248~249쪽 '공생활의 시작' 중에서
“어머니, 어머니께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고 또한 숨기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 저는 이 세상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어요. 불행하게 삶을 마칠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삶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저에 대한 믿음을 간직해 주세요. 그리고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의혹은 갖지 말아 주세요. 이는 다른 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드리지요. 그러나 어머니, 지금 이 순간부터 꼭 알아 두셔야 할 것은,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계획이라는 거예요. 저는 아버지의 뜻을 이행해야 하고 모든 이들이 이를 믿도록 해야 하지요.
어머니, 저를 위해 늘 기도해 주세요. 어머니께 거듭 말씀드리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제가 하는 일이 옳다는 것만 믿어 주세요.
― 254~255쪽 '공생활의 시작' 중에서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너의 어머니가 된 것은 큰 축복이며, 너와 함께 살아온 긴 시간은 은총의 나날들이었단다!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의 사랑을 받았지!
네 곁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지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화였어. 그러나 너는 지금 너의 마지막 ‘때’에 이르렀다고 말하는구나. 아들아,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너와 함께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말아 다오. 내가 대지 위에 온전히 서 있기를 부탁한다면 난 반드시 그렇게 하마.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말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마.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그러한 일을 허락하신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을 믿으라고 말한다면 또한 그렇게 하마.
― 325쪽 '십자가와 함께 걸어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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