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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롬반은 아일랜드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저술을 남긴 첫 아일랜드 작가이자, 유럽 대륙 곳곳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한 선교 수도승이었다. 골롬반의 건실한 인격은 그가 남긴 규칙서와 설교문, 특히 교황들과 자기 동료들에게 쓴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본서는 골롬반의 깊은 영성과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한 열정과 실천을 담고 있다.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골롬반의 생애와 활동 내역을 간결하고 짜임새 있게 다루고 있으며, 제2부는 골롬반의 수도규칙과 친서 및 설교들과 시들을 쉬운 언어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제3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골롬반의 영적·문화적 유산을 전하고 있다. 독자들은 본서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로 살면서 유럽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한 인간의 정열과 고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열정적 선교 수도승, 성 골롬반의 생애와 작품

가톨릭 신자라면 성 골롬반이나 성 골롬바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골롬반의 정신을 따르며 살아가는 골롬반회 선교사들이 1933년 국내 입국 이후 현재까지 활발히 선교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골롬반을 성당의 주보성인으로 삼거나 세례명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 골롬반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의 그리스도인들 대다수는 그가 아일랜드 사람이었다는 것 외에 다른 사항을, 어쩌면 그것조차도 알기 어려울 것이다. 골롬반은 그의 영향력이나 위상에 비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는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 출간된 제대로 된 골롬반 안내서이다. 저자인 토마스 오 퓌 추기경은 골롬반의 라틴어 저작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의역했고, 골롬반의 생애와 활동 내역 및 오늘까지 미치는 그의 영향을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대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고대의 한 인물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본서에 나오는 지명들은 무척 낯설고 인물들도 생소하다. 그러나 독자들이 일단 이 낯설음을 넘어선다면, 왜 여러 교황과 학자들이 골롬반에게 그토록 엄청난 찬사를 보냈는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며, 유럽에서의 그의 위상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골롬반의 삶과 실천은 여전히 우리에게 범상치 않은 메시지를 던져 줄 것이며 오늘 우리의 교회를 성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는 유럽 교회의 복음화를 위해 온 삶을 내던진 한 선교 수도승의 삶과 고뇌를 본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들려준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골롬반은 스물한 살부터 중년을 맞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검소한 수도생활을 하다가 마흔 중반이 되었을 때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로 살겠다는 사명을 실천에 옮긴다. 골롬반은 젊은 제자 수도승들과 함께 덕을 키워 나가면서도, 선교 지역 성직자들 및 왕가의 부정과 불의 앞에서 타협할 줄 몰랐다.
 
골롬반은 오늘날 프랑스 지역에 정착하여 세 수도원을 잇달아 창설하지만, 그 지역 주교들과 갈등을 빚게 되고 후원해 주던 왕가에게 미움을 사는 바람에, 결국 20년간 정든 땅에서 추방당하고 만다. 이후 오늘날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칠순이 된 노구의 몸을 이끌고 젊은이에게도 힘든 알프스 산을 넘어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보비오에 수도원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는 고단했지만 열정적으로 살았던 골롬반, “태어난 날부터 죽는 순간까지 계속 움직여 왔던” 걸출한 선교 수도승 골롬반의 삶과 사상을 본인의 입을 통해서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독자들은 1400년 전에 활동한 골롬반의 삶과 친필을 통해서, 이 시대에 교회 쇄신과 사회 평화 및 정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골롬반은 전체 역사와 시대를 통틀어 하느님의 거룩하신 섭리를 자기 시대에 이룬 탁월한 인물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던 것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_ 교황 비오 11세



[책 속에서]
(골롬반이) 중시한 신학적 중요 내용과 영성적 깊이는 대부분 교부들의 성경 이해와 저술에 기초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부들의 지식을 적용했다. 그가 편지와 설교들에 밝혀 놓은 빈곤한 지도력의 원인들, 특히 영적 원인들은 1500여 년 전 골롬반이 살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골롬반에게 지도력이란 개인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9쪽)
 
골롬반이 죄를 용서받는 길로 제시한 사항은 반대 덕목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말 많은 사람에게는 침묵의 벌을, 여유 없는 이에게는 관대함을 실천하게 한다. 많이 먹는 이에게는 단식을, 잠을 많이 자는 이에게는 보초 서는 일을, 자기 자랑이 넘치는 이에게는 홀로 물러나 있게 하고, 가출한 사람은 제명한다….”(49쪽)
  
금욕이 지나치면 악행이 될 것이다. 따라서 수도승은 매일 단식하면서도 음식으로 몸을 돌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소박한 음식을 적게 먹는다. 이렇게 매일 먹는 유일한 목적은 매일 덕행을 실천하고, 매일 기도하고, 매일 일하고, 매일 독서하기 위해서다.(103쪽)
  
하느님에 관해 더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그 엄청난 깊이를 알고자 하는 이들은 먼저 사물의 본성을 연구해야 합니다. ··· 위대하신 삼위일체는 경건하게 믿어야 할 분이지, 격렬하게 토론할 대상이 아닙니다. 한 분이시며 세 위격을 지니신 하느님은 꿰뚫거나 개척할 수 없는 대양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넓으며 바다는 깊고 세월은 길게 흐르지만, 그보다 더 높고 더 넓고 더 깊고 더 긴 것이 그분이십니다.(141-142쪽)

인간인 당신은 생명을 향해 난 길일 뿐, 생명 자체는 아닙니다. 당신 자신은 하나의 구체적인 길이지만, 한결같지 않습니다. 어떤 이에겐 길고 다른 이에겐 짧으며, 어떤 사람에겐 넓고 다른 사람에겐 좁습니다. ··· 당신은 변덕스럽게 흘러가 버리는 구름이고, 희미하고 나약하며, 한낱 꿈과 같은 그림자에 불과합니다.(143-144쪽)




서문


제1부  유럽의 첫 선교 수도승, 골롬반
1   펜 뒤의 사람
2   섬 출신 수도승
3   유럽의 첫 골롬반 수도원들
4   논란과 추방
5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
6   최종 도착지
7   위대한 흔적


제2부  골롬반의 친서들
    들어가며
1   수도규칙과 참회 규정서
2   편지
3   설교
4   시


제3부  우리에게 남겨진 것
1   골롬반이 활동한 곳
2   전 세계적 확산
3   한국의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마치며
성 골롬반의 연대기
성 골롬반의 선교 여정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지은이 : 토마스 오 퓌Tomas O Fiaich

1923년 11월 3일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1948년 사제로 수품되었다. 대학에서 고대와 중세 아일랜드 역사 및 아일랜드 언어와 민속을 전공하여, 1959~1974년 근대 아일랜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1977년 아일랜드 아마 교구 대주교, 1979년 추기경으로 서임되어 한국의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아일랜드인들로부터 깊이 존경받았다. 1990년 5월 8일 선종했으며, 1999년 5월 8일 아일랜드 아마에 추모 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옮긴이 : 유정원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에서 「다종교 사회와 생태 위기 시대의 그리스도 이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종교신학의 이해』(공저)를 쓰고, 『종교신학입문』 『예수와 또 다른 이름들』 『오늘의 예수』 『여성과 그리스도교』 『씨앗이 자라는 소리』 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