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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RONTING POWER AND SEX IN THE CATHOLIC CHURCH

‘적지 않은’ 사제와 수도자들에 의해 자행된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과 그러한 추행을 은폐하려는 교회 당국의 시도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불미스런 추문 가운데 하나다.

1994년 호주 주교들의 논의에 따라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소임에 임명된 저자는, 그로부터 9년 간 추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사건의 본질을 목격하며 환멸을 느낀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관리’하려 드는 모습에, 조용히 입 다물고 문제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모습에 고뇌한다.
그리고 마침내 성과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권력·교회》는 저자가 보좌주교직을 사임하며 집필한 문제작이다.


성과 권력, 그리고 가톨릭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예수의 가르침을 온전히 반영하는가?



가톨릭교회의 불미스런 추문

“독일가톨릭 교회, 아동성추행 전면조사 착수”, “‘267차례 아동성추행’ … 가톨릭 사제 탐욕 전세계 골칫거리” 이제 가톨릭교회의 추악한 성추문은 일회성 가십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05년까지 사제들에게 성추행 당한 피해자가 1만 명을 넘어서고, 그에 따르는 배상금과 재판비용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7월 13일 아일랜드에서는 민간 조사단이 341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사제 19명이 15년간 아동성추행에 연루되었다고 폭로했다. 더군다나 교황청이 문제를 인지했지만 은폐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1994년 호주가톨릭교회는 주교회의에서 제프리 로빈슨 보좌주교를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소임에 임명하게 되고, 그로부터 9년간 로빈슨 보좌주교는 가톨릭교회의 불미스런 추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 《성·권력·교회》는 그렇게 탄생한 뼈아픈 자기비판이다.



성(性)스런 권력의 남용

성추행은 성이라는 형태를 통한 권력 남용이다. 여기서 종교적 믿음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이들이, 즉 사제들이 남용한 권력은 타인의 삶에서 가장 내밀한 곳까지 접촉할 수 있는 영적 권력이다. 영적 권력으로 자행된 성추행은 개인의 섬세하고 정교한 의미 체계를 파괴한다. 또한 하느님 자체를 가해자로 받아들이게 한다. 종교적 표상에 내재한 상징성을 파괴한다. 그리스도의 성체를 높이 들어 올린 사제의 모습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침묵으로, 때로는 구체적 언사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네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하니 어서 떠나 달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피해자는 공동체를 잃고 홀로 남겨져 깊은 상실감에 시달리게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그렇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성직자 성추행에 대한 ‘바티칸’의 부당한 대응에 있다. 로마 교황청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저 ‘관리’하려 들거나 은폐하려 든다. 지난 9월 13일 미국 뉴욕의 헌법권리센터(CCR)와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단체(SNAP)는 “교황이 성직자의 성범죄를 막지 못해 반인륜 범죄가 자행됐다”면서 로마교황청 고위 성직자 3명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했다.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교황이 이를 분명하게 언급하면서 아무리 끔찍한 것일지라도 진실을 온전히 알리고 직시하며,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열린 마음과 겸손, 정직과 연민으로 대응하도록 확고히 지시하고, 교회의 명예보다 피해자들의 인격을 우선시했더라면 이러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용히 입 다물고 문제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한 추악한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나는 보좌주교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저자 제프리 로빈슨은 더 이상 보좌주교직에 있지 않다. 2004년, 자신이 20년 동안 몸담은 호주 시드니 대교구의 보좌주교직을 사임하며 《성·권력·교회》를 집필한 까닭이다. 저자는 성직자 성추문에 대한 바티칸 당국의 대응에 우려를 표하고, 그 기저에 자리한 교황의 무류성과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된 가톨릭교회의 경직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교황청 신앙교리성으로부터 일종의 경고 서한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저자가 누구보다 바라는 것은 더 나은 교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거스르지 않는 교회다. 《성·권력·교회》는 문제작이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직언까지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론
추행의 직접 원인들
이 책의 더 넓은 관점
개인적 역사

1장 건강한 하느님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건강한 사람들
2장 하느님의 두 책
3장 영적 식별
4장 영원한 계획, 생명의 나눔, 하느님의 다스림
5장 모든 점에서 형제자매들과 같아져서
6장 하느님 백성을 섬기며
7장‘교회’의 권위
8장 자유롭고 책임 있게
9장 격동과 소용돌이
10장 본래의 성 윤리로 돌아가기
11장 어두운 은총, 가혹한 자비
12장 과거의 감옥
13장 모두가 참여하는 통치
14장 마음과 정신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