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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는 신학과 철학이 조화를 이루며 철학이 영성과 신비주의적 성격을 지닌 시대였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신학과 철학, 신앙과 이성이 다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각기 제 갈 길을 가게 되었고,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철학에서도 지성과 영성은 이질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것이 서구 신학의 비극이며 현대 서구 사상이 겪고 있는 영적 빈곤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통전적인 중세 사상, 그리고 동양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초월을 포기하고 "형이상학의 극복"을 무슨 전리품인양 자랑하는 서양 근현대 철학은 인간의 가장 깊은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물론 "탈 형이상학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쉽게 중세 사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과거의 유물로 치부해 버린 중세 사상가들 속에서 현대사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영적 보화를 발견하는 일은 내게 다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특히 동서양 사상의 대화, 그 가운데서도 불교와 그리스도교라는 두 위대한 종교 전통의 창조적 만남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엑카르트와의 만남은 실로 하느님의 "계시"라고 느껴질 정도로 감격적 경험이었다.

엑카르트의 그리스도교 영성에서 나는 참된 인간성의 실현을 근본으로 삼고 있는 동양 사상과의 완벽한 일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 지은이 머리말에서

I. 엑카르트와 현대

II. 엑카르트 해석의 중심 문제들

III. 엑카르트의 시대와 삶

IV. 신과 세계: 하나, 존재

V. 신과 영혼: 지성

VI. 초탈과 돌파

VII. 하느님 아들의 탄생

VIII.하느님 아들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