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이 책은 예수회 신부라고 부르기보다 자신과 좁은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 양떼 신자들을 이끌고 믿음을 전파하는 ‘목자’라 부르고 싶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생에 대한 증언을 담은 책이다. 프란치스코가 교황 선출 이전인, 아르헨티나 추기경 재직 시절 종교전문기자 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와 세르히오 루빈과의 대담을 엮은 교황의 삶과 생각이 들어있는 공식 전기이다.
2103년 3월, 시리아 출신의 교황이 선출된 이후 1282년 만에 비유럽권 출신이자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주 출신,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 선출되었다. 심한 피부병 때문에 온 얼굴이 혹으로 덮혀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입을 맞추는 장면, 청소년들과 셀카를 스스럼없이 찍는 모습 등 부드러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행적을 성직자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는 인간 교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었다.
이 책은 교황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있다. 이탈리아를 떠나 아르헨티나의 땅을 밟으며 시작된 이민자의 아들로서 느낀 자신의 뿌리와 연개감의 중요성, 부모로부터 배운 노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이 생생히 묘사되어있다. 또한, 이 시대 종교의 역할에 대한 교황의 신념이 소개되어있으며, 우리 사회를 망치는 소통의 부재와 편견에 대해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더불어, 전쟁과 이념 갈등 등으로 힘든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책 속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여러 빈민가를 자주 방문했는데, 한번은 바라카스에 위치한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카아쿠페 교구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한 벽돌공이 일어나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는 추기경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제 동료들과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오면서 보니 추기경님께서 마치 주민의 한 사람인 것처럼 마지막 줄에 앉아 계셔서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저분이 추기경님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천하고 고통스러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여러 빈민가를 자주 방문했는데, 한번은 바라카스에 위치한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카아쿠페 교구에서 수백 명의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한 벽돌공이 일어나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는 추기경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제 동료들과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오면서 보니 추기경님께서 마치 주민의 한 사람인 것처럼 마지막 줄에 앉아 계셔서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저분이 추기경님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천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이들의 가슴 한켠에 늘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저희는 그분이 마치 우리와 같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집니다”라고 설명했다. 《본문 21쪽》
소비사회의 경쟁구도가 점점 더 심화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주일에도 일을 하게 되었지요. 이런 경우 우리는 또 다른 극단으로 치닫게 됩니다. 노동이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상황 말입니다. 일이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건강한 여가와 연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인간은 일의 노예가 됩니다. 이 경우는 더 이상 스스로의 존엄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 밀려 일하는 것이지요. 내가 왜 일을 하는지 그 목적이 왜곡되어버리는 겁니다. 《본문 58쪽》
제가 주교직을 맡고 있는 동안 교훈처럼 새겼던 말이 바로 ‘자비로이 여기고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측은지심을 가지고 봉사하며 제안에 의거해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제 종교적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구어체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바로 이런 것이죠. “자 봐봐. 너라는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해. 너를 선택한 거야. 유일하게 바라는 건 바로 너를 사랑할 수 있게 그냥 놔두라는 거야.” 이 제안이 바로 제가 받은 제안입니다. 《본문 84쪽》
살다보면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어느 순간 제동을 걸고 잠시 멈추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말씀드린 모든 것들이 바로 인내를 이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포기하는 겁니다. 물론 노력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일시적 효과에만 집착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본문 120쪽》
비신자들도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불가지론자나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스스로 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이런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은 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잘못은 성장을 위한 구름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유럽 대도시의 한 시장님께서 매일 밤 자아성찰로 하루를 마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비록 불가지론자였지만 그는 인생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본인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에게도 잘못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거름이 된 것입니다. 《본문 169쪽》
소통의 문제는 대표적으로 정보의 부재, 명예훼손, 중상모략 등의 세 가지 사안으로 심각해집니다. 처음에 언급한 정보의 부재란 특정 인물 또는 사건에 대해 온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인데, 이로써 빠르게 좋지 않은 소문이나 험담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해서 부분적인 정보를 가지고 분쟁상황만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정보의 부재가 소통을 막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의 일부만이 전달될 경우 정보를 받는 수신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해석하기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본문 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