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지난해 12월 5일 “2008년 성모 발현 150주년을 맞는 루르드 성모성지가 2007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2008년 12월 8일까지 1년 동안 희년을 지낸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청 내사원이 발표한 교령에 따르면,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는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자신을 ‘원죄 없이 잉태된 이’라고 밝히시고, 루르드 마을의 ‘마사비엘’로 알려진 곳에 순례지를 세우고 공경하기를 바라셨다”며 “이날을 기념하는 150주년은 영혼들의 초자연적 생명과 육신의 건강이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으로 큰 유익을 얻은 수많은 이적들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하였다. 교령은 아울러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계속되는 놀라운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교회의 공동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르나데트 수비루, 그리고 루르드

성녀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Maria-Bernardette Soubirous)는 1844년 1월 7일, 물레방앗간을 운영하는 프랑수아 수비루와 루이즈 가트테로의 다섯 아이 중 첫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14세 되던 해인 1858년 2월 11일, 가브 강변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에서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발현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7월 16일까지 열여덟 번에 걸쳐 이루어진 성모님의 발현과 그분의 메시지, 그리고 치유의 기적은 루르드를 ‘기적의 도시’, ‘성모 마리아의 도시’로 만들었다.
베르나데트는 1866년에 프랑스 느베르에 있는 성 질다르 수도회에 입회하였고, 여기서 35세에 임종을 맞이할 때까지 질병에 시달리는 중에도 수도자로서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하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녀는 1925년 6월 14일 복자품에 오른 후, 1933년 12월 8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회개와 보속, 구원의 희망

루르드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베르나데트에게 “나는 원죄 없는 잉태이다”라고 밝히셨다. 그 발현 이후로 성모님께서는 수많은 당신 자녀들에게 육신의 건강을 되찾아 주는 기적을 행하셨을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마음을 열어주심으로써 인간 마음의 가장 간절한 희망에 대한 참된 대답이신 아들 예수님을 만나게 하셨다. 그것은 평화와 내적 기쁨의 원천인 마음의 회개이다. 이 선물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련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도록 해준다.
베르나데트의 탄생에서부터 성장 과정, 발현 체험, 수도자로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루르드가 성지로 개발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하느님을 등지고 사는 이들에게 회개와 보속의 기회를 주며, 구원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 희년을 지내는 올해에 이 책을 통해 성녀를 만나고, 은총을 청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 책 속으로

“베르나데트는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무엇이든 외우느라고 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베르나데트는 교리를 공부하면서 그 뜻을 잘 알고 깨닫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밖에 다른 것들도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겸손한 아이였습니다.”

(‘양을 치는 베르나데트’ 중에서)

소녀는 발까지 내려오는 흰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발끝만 조금 보였고, 목에는 끈이 달린 레이스를 두르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어깨와 팔까지 내려오는 베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발끝에는 노란 장미꽃이 있었고, 허리에는 무릎까지 내려뜨린 하늘색 띠를 매고 있었습니다. 묵주의 줄은 노란색인데 묵주알은 하얗고 컸습니다. 소녀는 아주 예쁘고 쾌활해 보였으며, 소녀의 주변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내가 묵주기도를 마치자 소녀는 내게 웃음을 담뿍 담아 보내며 머리를 약간 숙이고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굴속으로 몇 발자국 뒷걸음치더니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첫 번째 발현’ 중에서)

“나는 네게 행복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 행복은 이 세상이 아닌, 하늘나라에서 베풀어질 것이다.”

(‘부인의 말씀’ 중에서)

베르나데트는 착각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발작을 일으켜 망상을 본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기적을 강요하는 어떤 인간적 영향도 받지 않았다. 따라서 그녀에게 나타난 발현은 모두가 사실이며, 그녀에게 나타나신 분은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어머니로 모시고 공경하는 분이시라는 것을 밝혀둔다.

(‘법정에 선 베르나데트’ 중에서)

우리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야. 그곳에서 만나면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기도 중에 나를 기억해 달라고 다른 친척들에게도 부탁해주고, 특히 루르드의 동굴에 가면 나를 꼭 기억해줘.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자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줘. 나는 허락도 없이 자주 동굴로 가니까 말이야.

(‘베르나데트의 편지와 수기’ 중에서)

나는 수녀로서, 즉 하느님께 순명하고 그분의 부르심을 따라 살며, 완전한 자로서 죽고 싶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만족을 완전히 없앤 다음에야 이 결심은 비로소 효과를 얻게 되리라. 무언가를 숨기고 감추고자 하는 것은 헛된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십자가는 내 눈과 가슴에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내 마음속, 내 안에서 생생하게 생활하고 있어야만 한다. 내가 만일 생활 안에서 못 박힌 자가 된다면!

(‘간호 수녀와 제의방 수녀로’ 중에서)

베르나데트의 생애는 다음의 세 구절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베르나데트는 사명을 충실히 이행했고, 자신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을 때 겸손했으며, 시련이 닥쳐왔을 때 용감했습니다.

(‘베르나데트의 시성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