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그러나 새롭게 다가오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자신의 신앙 체험 속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거인 예수의 죽음을 살피고자, 마르코 복음이 전하는 예수 수난기(마르 14,53-15,47)를 한 절 한 절 꼼꼼하게 읽어가며 깊이 성찰한다. 체포에서 사형까지 채 하루가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복음서의 절정을 이루며 예수의 생애 전체를 집약하는 ‘예수의 죽음’이라는 대주제 아래 모두 여섯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예수의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발생시킨 원인이 주된 관심사이다. 제1장은 예수의 죽음에 관한 기록이 복음서 이외의 역사 문헌에서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제2장은 예수가 체포되기 직전 그를 둘러싼 긴장이 어떠했는지 시간을 두고 추적해 본다. 제3장은 게쎄마니 동산에서 체포되는 예수와 제자들을 포함한 주변 상황을, 제4장은 예수와 그의 죄를 찾아내고자 애쓰는 반대자들 간의 이야기를 분석한다. 제5장은 예수가 살았던 시대상을 통해 그의 죽음이 자연스러운 사건이 아님을 고발한다. 제6장은 한 시대의 마감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인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다룬다. 저자는 예수의 죽음 사건을 읽어가면서 사건의 의미에 접근하되, 사건에 관련된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또한 예수의 수난 이야기를 나름대로 다시 살펴보고는 있지만, 성서 해석을 목표로 삼지 않고 7-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신앙을 가지고 살아온 자신의 체험 안에서 새롭게 이해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결국 예수의 죽음은 당시 기득권자들의 거짓과 폭력으로 인한 결과였음을, 그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나 자신을 비롯한 인간의 거짓과 폭력으로 예수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음을 밝혀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를 밝혀 주며, 자신의 삶의 진실을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꼭 사순시기만 아니라 평소 삶 안에서 신앙의 양식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꼭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