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수녀님의 전작인 『세상을 치유하는 25가지 지혜』에 이어 이 책까지 서평단으로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이 책은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 여정’ 시리즈 중 세 번째이자 완결편이다. 첫 번째 편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여 조만간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서평을 읽으신 저자 수녀님께서 호평을 하셨다고 생활성서사 담당님께 전달을 받았는데 혼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나 자신과의 관계에 이어 다른 사람, 사회 혹은 공동체, 자연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관계는 없으며, 모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나쁘면 다른 모든 것들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 없으며,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하느님과의 좋은 관계도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성경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그렇듯 이들도 부족하고 약하며 때로는 하느님을 저버리는 행동을 해 하느님의 진노를 사기도 했다. 반면 어떤 인물들은 자신의 막막하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을 끝까지 찾고 신뢰하여 더 큰 위로와 축복을 약속받기도 했다. 사실 나는 전자에 속한 적이 많아서 하느님 앞에 서기가 매우 부끄럽다.

나의 현재 신앙생활은 의무감에 짓눌려 기쁨과 감사가 결여돼 있다. 세례 받기 전에는 뻔질나게 성당을 드나들어 세례식 때 대표가 되기도 했지만 세례 받자마자 레지오에 가입한 이후 신앙을 의무적으로만 대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미사가 지루하고 힘들었다. 레지오를 퇴단한 후 요즘에는 평일 미사를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 신앙이 의무가 되니 지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에게는 사울과 같은 열등감이 있다. 나에게 가진 것에 집중하지 않고 남들의 활발하고 말 많은 성격을 동경하여 그들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이다. 열등감이 스스로를 좀먹는 일임을 많이 봤기에, 그걸 잘 알면서도 그랬다. 레지오 퇴단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두들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돈도 많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논문에 집중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논문이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고 언제쯤 돈을 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이어서 많이 막막하고 괴롭다. 또 우울증으로 5년이 넘도록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언제쯤 약을 끊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늘 자살을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판단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다. 이러한 부끄러움은 꽤 오래 갔다. 나는 더 이상 우울하거나 막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논문도 완성 못하였고 돈도 벌지 않고 병원에 다니고 여전히 이런 삶을 살고 있지만 내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토빗과 사라처럼 막막하고 어두운 상황에서 자살이나 한탄 대신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하느님께서 반드시 길을 내어 주실 거라고 믿게끔 확신을 주셔서 감사하다. 하느님은 다 가진 자가 아닌 아무것도 없는 자에게 더 큰 은총을 주시는 분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