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이 가치가 있고 능동적으로 무엇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능동의 영성은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강조하였다. 사랑도, 용서도, 기도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기도 ‘하고’ 또 기도 ‘하면’ 너그러워지고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하여 기도를 통해 인간은 자기가 목표한 지점에 도달 ‘하려고’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지닌 능력의 한계를 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이를 수 없는 일을 자기의 능동적 힘에 의지하여 설계하고 밀고 나가면서 한없이 쫓기게 되고, 설계한 것을 이루지 못해서 초조해하고 실망하고 좌절을 느낀다. 그러나 수동의 영성은 모든 것이 자기에게 일어나게 한다. 사랑이 일어나게 하고 용서가 일어나게 하고 화해가 일어나게 한다.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곳에 감추어져 있는 영성,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영성, 바로 그 영성에서 태어났음을 깨달을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제3의 인생으로 표현한다. 제1의 인생이 능동의 영성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제2의 인생은 능동의 영성이 지닌 한계를 체험하는 기간이고, 제3의 인생은 수동의 영성에 바탕을 둔 인생이다. 이 인생의 과정을 성서 인물(모세, 기드온, 베드로, 토마스와 엠마오로 가는 제자, 바오로, 마리아, 요셉, 예수 등)을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의 힘(능력)에 모든 것을 거는 시대사조 안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제3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들어가며 제1장 말하도록 내버려둬라 제2장 세번째 인생 제3장 하느님께 귀의한 인생 제4장 제3의 인생을 산 인물 제5장 세번째 인생 : 성령의 인간 제6장 예수의 인생 제7장 세번째 인생을 위한 복음 제8장 수동의 존재 제9장 수동의 존재 : 하느님 제10장 하느님을 만나기 위하여 제11장 누군가를 위한 삶 제12장 수동의 영성으로서의 순명 제13장 수동의 언어 나가며
<가톨릭 신문 2006-06-25> ‘당신’에게 의탁하는 삶 그려 “삶이 은총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되고 그 목표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에 따라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는가 그렇지 못했는가가 판가름난다.” 이 말을 통해 능동의 영성보다는 오히려 수동을 살아가야 하는 영성의 깊이를 배우게 된다. 적극성과 공격적인 품성과 생활 자세는 고도의 경쟁 사회 안에서 현대인의 최우선적인 덕목이 된지가 이미 오래이다. 살아가면서 ‘하는 것’에 익숙하고, 더욱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할 때에만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준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현대인의 영혼을 짓누르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 제시하는 수동의 영성은 우리 인생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준다. 능동의 영성은 우리가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듯이 강조한다. 사랑도, 용서도, 기도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수동의 영성은 모든 것이 자기에게 일어나도록 해준다. 사랑과 용서, 화해가 일어나도록 해준다. 내가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수동적으로 의탁하는 삶, 저자는 이를 제3의 인생으로 표현한다.